‘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사진)도 지난해 4분기 미국 증시 급락장에서 손실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버핏 회장이 이끄는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는 지난해 4분기 254억달러(약 28조575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자에게 2018년은 최악의 해 가운데 하나였다”고 전했다.

버핏 회장은 23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을 통해 지난해 40억달러의 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순익이 2017년 449억4000만달러에 비해 급감한 것은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손실 때문이었다. 벅셔해서웨이의 주요 투자처인 식품업체 크래프트하인즈, 코카콜라, 애플 주가가 급락하는 등 미국 증시가 출렁인 데 따른 것이다.

벅셔해서웨이가 최대주주인 코카콜라 주가는 지난해 실적이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다. 400억달러어치의 주식을 갖고 있는 애플도 지난해 신형 아이폰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크래프트하인즈 투자에서는 지난해 27억달러 손실을 봤다. 크래프트하인즈는 자회사의 장부상 가치를 154억달러 부풀려 기록하는 등의 회계부정 의혹으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를 받고 있다.

88세의 버핏 회장은 서한에서 “대형 인수를 희망한다”며 인수합병(M&A)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는 “88~95세 연령대에서 나는 젊은 사람이고 대형 인수를 떠올리면 내 심장은 더 빠르게 뛴다”고 밝혔다. 다만 “단기 전망이 좋지 않고 장기 전망이 좋은 기업은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했다. 벅셔해서웨이는 지난해 말 기준 1120억달러의 대규모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카드회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JP모간체이스, 애플 등에 장기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들 기업은 과도한 부채 없이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다”고 했다. 또 “(지난해 증시가) 실망스러웠던 점은 올해 시장성 있는 주식을 확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의 연례서한은 시장과 경기에 관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단서로 꼽힌다. 미국 월가 관계자들이 관심 있게 지켜볼뿐더러 미국 언론들도 매년 비중 있게 버핏 회장 서한을 보도한다. 올해 서한은 예년보다 짧았고 상대적으로 벅셔해서웨이 사업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