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1인 모빌리티 실험' 시동 걸었다
현대자동차가 KAIST 대전 캠퍼스 곳곳에 전동 킥보드를 비치하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빌려 탈 수 있는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다. 1인 모빌리티(이동 수단) 공유 서비스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제조업을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사진)이 국내에서 시도하는 첫 번째 모빌리티 사업이다.

21일 KAIST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부터 KAIST 대전 캠퍼스에서 첨단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전동 킥보드 공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대차와 KAIST는 다음달 중순까지 50대의 전동 킥보드를 교내 주요 지역에 비치할 계획이다. 사전에 모집한 200명의 학생은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킥보드 위치와 배터리 상태, 대여 가능 여부 등을 파악해 킥보드를 빌려 탈 수 있다. 현대차는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브랜드 이름을 ‘ZET(제트)’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의 '1인 모빌리티 실험' 시동 걸었다
현대차와 KAIST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학생들의 행동 패턴 연구와 공유 서비스 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한 시도도 병행하기로 했다. 도서관과 학생식당 등 학생이 많이 몰리는 장소에 전동 킥보드가 충분히 배치될 수 있도록 추천 반납 지역을 정해 두고 이곳에 반납하는 학생에게는 보상 포인트를 제공하는 식이다. 반대로 반납 불가 지역에 킥보드를 방치하는 학생에게는 벌점을 부과한다. 학생들이 다음 사용자를 자발적으로 배려할 수 있도록 유도해 공유 서비스를 원활하게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전동 킥보드 공유 프로젝트는 현대차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서비스다. 라스트마일은 교통이 혼잡하거나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이 닿지 않는 1마일(1.6㎞) 내외의 단거리를 뜻한다. 업계에서는 라스트마일 서비스에 활용되는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 규모가 2015년 4000억원에서 2030년 26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시장도 2022년 20만 대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KAIST에 시범적으로 시행한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서비스를 국내 주요 거점에 확대 도입하고, 상업 서비스로 발전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7월 한국과 중국의 단거리 물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메쉬코리아와 임모터에 전략적 투자를 하는 등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완성차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