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말 보유 자산 축소 프로그램을 조기 종료하겠다는 신호를 명확히 했다. 양적완화(QE) 과정에서 4조5000억달러(약 5054조원)까지 불어난 자산을 줄이는 통화긴축 정책을 2년여 만에 중단하는 것이다. 기준금리 정책은 무역 갈등, 글로벌 경기 등을 지켜보며 얼마나 오래 동결할지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美 Fed '긴축 레이스' 2년 만에 끝낸다
Fed는 20일(현지시간) 지난 1월 29~30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공개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거의 모든 참석자가 올해 말 자산축소 정책을 중단하는 계획을 너무 늦기 전에 발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FOMC 위원들은 이 발표가 불확실성을 줄여줄 것으로 평가했다.

또 다수 위원은 자산 축소가 끝나면 Fed의 보유 자산이 효율적 통화정책 이행에 필요한 규모를 다소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예상보다 많은 자산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골드만삭스는 이와 관련해 다음달 19~20일 열릴 3월 FOMC 회의에서 ‘오는 3분기 말 자산 축소를 끝낸다’는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초과지급준비금과 연관되지 않은 일부 자산은 4분기에도 축소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Fed 자산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엔 1조달러 미만이었다. 하지만 이후 채권을 사들이며 돈을 푼 세 차례 양적완화를 통해 4조5000억달러까지 자산이 증가했다. 그러나 Fed는 2017년 10월부터 자산 축소에 돌입했다. 만기 채권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매달 최대 500억달러 규모를 줄였다. Fed 자산은 지난 12일 현재 4조284억달러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유동성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조기 종료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와 관련해선 FOMC 위원들이 빡빡해진 금융 여건, 예상보다 낮은 인플레이션, 글로벌 성장 둔화, 무역정책 불확실성 등을 지적하며 당분간 ‘참을성’을 가질 것에 동의했다. 의사록에는 참을성이란 단어가 14회 등장했다. Fed는 지난 1월 성명서에서 ‘추가적 점진적 금리 인상’이란 문구를 삭제했다.

하지만 올해 말 금리 방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몇몇 위원은 인플레이션이 기준(2%)보다 높을 때만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몇몇은 미국 경제가 예상에 부합한다면 인상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또 ‘많은’ 위원은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참을성을 강조한 문구를 바꿀 수 있다고 언급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