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확정일자만으론 부족…임대차 정보 확충, 공평과세 위해 불가피"
전문가 "사실상 전월세 실명제"…시장 충격 감안, 단계적 도입 지적도
전월세 신고제 도입…'사각지대' 주택임대소득 과세 본격화될 듯

정부가 주택 임대차에 대해서도 실거래가 신고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전월세 거래 정보가 한정됨에 따라 임대정책 수립과 세입자 보호에 어려움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간 '음지'에 있던 주택 임대수입을 '양지'로 끌어내 공평과세를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간 우리나라의 임대시장은 전세 형태가 전체 임대차 시장의 70∼80% 이상을 차지했다.

전세는 계약기간 만료와 함께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는 것인 만큼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요구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여윳돈으로 임대사업을 하려는 투자 수요가 늘며 월세 비중이 전체의 30∼40%로 높아지고, 전셋값 상승으로 강남 등지에 수십억원대의 고액 전세도 증가하면서 고액 보증금과 월세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는 그동안 전월세 정보를 세입자의 확정일자와 월세 세액공제 자료에 의존해왔다.

정식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은 계약이 갱신된 경우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 변경 내용을 3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하지만 임대사업자가 아닌 일반 임대인은 이런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확정일자를 받거나 월세 세액공제를 신청하는 경우가 제한적이어서 임대정보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이다.

21일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현재 서울에서 임대용으로 사용중인 주택 118만5천여가구 가운데 공부상으로 임대료 파악이 가능한 임대주택은 약 49만5천가구인 41.7%에 그친다.

나머지 58.3%(69만가구)는 임대정보를 알 수 없는 것이다.

지방은 더 심각해 임대중인 주택 478만2천여가구 가운데 공부상 임대정보가 없는 주택이 약 378만7천가구로 79.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보증금이 소액이어서 보증금 보호 필요성이 적은 경우, 반대로 보증금이 고액이어서 자금 출저 조사나 증여세 추징을 당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확정일자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이번에 전월세 신고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이런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근 사회적 분위기 변화도 제도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김호철 교수는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 구축, 임대사업자 등록 증가, 연 2천만원 이하 임대소득세 과세, 고가주택에 대한 공시가격과 보유세 인상 등의 시행으로 전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와 신고 의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고 정부가 제도 도입을 서두르는 분위기"라며 "최근 집값과 전셋값 안정으로 새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적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9일 한국주택학회가 진행한 '주택 임대차 시장 안정화 방안' 정책 세미나에서는 전월세 신고제 도입에 찬성하는 참석자들의 의견이 많았다.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김진유 교수는 "그간 임대료와 임대소득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정부의 비대칭성이 발생하고, 임대소득에 대한 공정 과세도 불가능했다"며 "(전월세 신고제를 통해) 임대차 시장에 대해서도 거래 정보를 투명화하고, 실거래 기반의 과세를 통한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월세 신고제 시행은 곧 '전월세 실명제'의 도입이어서 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상당할 전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산하 주택토지연구원 진미윤 박사는 "전월세 신고제로 임대인과 임차인에 대한 정보는 물론 임대차 계약 내용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사실상 주택 실명제, 금융실명제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매매시장이 2006년 실거래가 제도 도입으로 다운계약서가 감소하고 양도세 탈루가 줄었듯이 신고제 도입으로 임대시장의 투명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월세 신고제 도입…'사각지대' 주택임대소득 과세 본격화될 듯

그러나 그간 주택에 대한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에 소극적이던 정부가 최근 급진적인 과세 정책으로 선회함에 따라 임대인 등의 반발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올해부터는 과거 비과세였던 연 2천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분리 과세가 시행되는 가운데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되면 세원 파악과 세금 부과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본격 가동한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으로 임대소득세를 내지 않는 다주택자의 주택 소유 현황을 파악해 과세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세청도 정확한 임대료 파악이 어렵고, 세금 탈루 의심 주택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 등 인력과 물리적 시간·노력이 소요된다.

이로 인해 전체 주택에 대한 임대소득 과세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되면 임대인이 수입이 낱낱이 공개돼 세무당국에서 손쉽게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택 임대인이 받는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필 세무사는 "최근 종합부동산세 인상, 공시가격 상승 등으로 임대인의 보유세 부담이 커진 가운데 임대소득세까지 부과되면 단기간에 집주인의 세금 부담이 단기간에 급증하게 된다"며 "임대인이 느끼는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인 뿐만 아니라 나이가 젊고 소득이 많지 않은 임차인의 경우 증여세가 추징될 가능성이 있고 중개인도 전월세 거래에 따른 수입이 고스란히 노출됨에 따라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주택도시연구실장은 "임대인 뿐만 아니라 세입자와 중개인에게도 파급효과가 큰 제도"라고 말했다.

전월세 신고에 따른 임대인의 불편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국토부는 아직 신고 의무 주체는 결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기본적으로 신고 의무는 임대인에게 부여되고, 공인중개사가 낀 경우에는 중개인에게 신고 의무가 부여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임대 호수가 10가구가 넘는 다가구·원룸 보유자들은 잦은 임대차 신고로 인한 불편이 상당하고 시행 초기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고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주인이 늘어난 세 부담을 임대료에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일단 최근 전국적으로 전월세 가격이 떨어지는 등 임대차 시장이 안정돼 있어 제도 도입의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전셋값 하락으로 인해 세 부담을 임대료에 전가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수도권 입주 물량 증가로 전세입자 구하기도 어려워 당장 영향은 적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임대인 입장에선 늘어나는 세 부담을 임대료에 전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근 입주 물량이 어느 정도 소화되면 임대차 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민간 임대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당장 전월세 신고제 도입으로 집값이나 전셋값에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최근 일련의 다주택자 규제와 더불어 시차를 두고 민간 임대주택 시장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민간 부문의 전월세 임대 물량 감소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월세 신고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등 시장 충격과 초기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서울 등 특정지역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신고 의무 지역을 확대하거나 소액 보증금 또는 서민용 임대주택은 신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시장 충격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실제 전국단위의 전면적 시행보다는 서울 또는 투기과열지구 등 일부 지역에 한정해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감정원 시장분석연구실 박진백 연구위원은 "전월세 신고제 도입은 불가피하지만 임대인의 조세저항과 임대사업 포기에 따른 공급 감소 및 임대료 상승 등의 가능성도 있다"며 "주거취약층에 대한 임대에 대해서는 일정한 조건을 마련해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월세 실거래 신고가 도입되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시기도 빨라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국토부 김현미 장관은 의원 시절인 2016년 7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공동 발의했으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단국대 김호철 교수는 "전월세 임대료 인상을 연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 등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임대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며 "정부가 전월세 신고제를 바탕으로 향후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지면 전월세 상한제까지 도입하는 큰 그림을 갖고 제도를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