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카 한보석 대표이사 인터뷰
-"제품 수명 짧아지고 소비자는 더 많은 경험 원해"

매달 새로운 차를 골라 탈 수 있는 '서브스크립션(구독)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차를 소유하지 않지만 마치 소유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 지난해부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자동차 소비의 새로운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아직은 생소한 서비스를 국내에 최초로 런칭한 건 굴지의 대기업도 아닌, 자동차 회사도 아닌 창업 3년차를 맞이한 스타트업 '에피카(EPIKAR)'다. 지난해 11월 미니(MINI)와 협업으로 맞춤형 자동차 구독 서비스 '올 더 타임 미니'를 런칭, 서비스 운영 4개월 차를 맞이하며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내고 있다.
[人터뷰]車구독서비스, "소비자는 경험을 원한다"

지난 19일 만난 이 회사 한보석 대표이사는 과거 BMW코리아에서 판매 및 CRM 데이터를 수집하고 운영한 빅데이터 통계 분석 전문가다. 그는 구독경제라는 용어가 생소한 2년 전 미국에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에 주목했다. 미국 대비 자동차 관련 서비스와 IT 콘텐츠가 약 5년 정도 뒤진 한국시장에 신규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을 포착한 것.

'올 더 타임'의 구독료는 차종 선택 범위에 따라 89만9,000원, 99만9,000원이다. 가격에 대한 시장 반응은 온도차가 있지만 실제 구독중인 이용자들에게는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게 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차를 보유하지 않은 소비자는 다소 비싸다고 생각하는 반면 수입차 리스나 렌탈 경험이 있는 이용자는 저렴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게 현재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구독자의 40%가 이미 차를 보유한 상태에서 세컨카 구입을 고려중인 30대 남성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가 자동차 구독서비스의 성공 안착을 자신하는 배경은 최근 점차 짧아지는 자동차의 '제품 수명주기' 때문이다. 차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전장화가 진행되면서 소비자들이 새로운 경험을 원한다는 것. 그는 "과거처럼 신차 구매 후 10년 이상 차를 운영하는 케이스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며 "콘텐츠가 다양해지는 다수의 신차를 경험하는 것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구독 서비스의 한국 내 성공을 어둡게 전망하기도 한다. 이용자들의 과격한 운행으로 관리 비용이 높게 나올 수 있어서다. 그러나 에피카는 자체 개발한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주행정보를 받아 볼 수 있어 차를 최적의 상태로 관리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한 대표는 "차에 장착된 단말기로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이용자별 운전 패턴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철저한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人터뷰]車구독서비스, "소비자는 경험을 원한다"

물론 구독 서비스가 차를 소유하려는 욕구를 낮출 수는 없다는 게 한 대표의 설명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제품을 경험하고 얼마든지 구매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그래서 에피카는 구독자에게 추후 BMW 신차 구매 시 일정 금액의 프로모션을 보장하도록 제휴를 맺은 상태다. 이 외에 해당 브랜드가 주최하는 각종 이벤트 참여권 등 구매자에게만 부여하는 멤버십 혜택으로 차별화 시켰다. 구매로 가기 전 제품을 경험하는 차원으로 접근한 셈이다.

에피카는 추후 블록체인 기반의 자동차 보안 솔루션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미 SK와 LG 등과 관련 R&D 작업을 진행 중이며 나아가 다양한 브랜드의 구독서비스 외에 소비자들이 경험할 수 있는 자동차 관련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한 대표는 "자동차 구독 서비스의 경쟁자는 없다"며 "다양한 제품 경험을 얻고 싶어 하는 시장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소비 패턴"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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