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은 집주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18일 밝혔다. ‘역전세난 위험에 정부가 긴장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한 달 전 발언에서 180도 바뀌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전북 군산에서 서민금융 현장 방문 행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선 (역전세난에 대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 정도는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 역전세를 우려할 만큼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전반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그는 “전세자금을 돌려주는 것은 집주인이 할 일”이라며 “관행적으로 뒤에 들어오는 세입자에게 받아서 이전 세입자에게 줘 오다가 이런 일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전세보증금은 집주인의 채무인 만큼 전셋값이 내려갈 경우 추가로 돈을 구해 전세금을 돌려주는 건 집주인의 책임이라는 설명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선 “국지적인 수급 불일치 등으로 전세가가 하락해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며 “정부와 감독기관, 금융회사 모두 긴장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까지 부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시장에선 정부가 ‘깡통전세’ 현상을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러자 금융위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실태조사를 먼저 한 뒤 대책이 필요한지 검토하겠다”고 대폭 물러섰다.

최 위원장은 집값 하락세에 대해 “급등세를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더 안정될 여지가 있고, 그렇게 가야 한다”며 “금융감독은 가계대출이 부동산 투기에 활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9·13 대책’의 정책 방향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존 대출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최 위원장은 금감원의 금융회사 종합검사와 관련, “스스로 중단한 종합검사를 재개한다고 해서 국회, 언론, 금융계가 우려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감원과) 대상 및 선정방식 등을 어느 정도 협의했다”며 “20일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의에서 논의하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겠다”며 “시행 과정에서 제기된 (보복성 검사, 저인망 검사) 우려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