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형 투자자보다 '베이글형 투자자'가 돼라!
제과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넛과 베이글은 생김새가 고리 모양으로 엇비슷하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베이글은 밀가루, 이스트, 물, 소금만으로 만들어 지방, 당분 함량이 적고 칼로리도 낮은 편이다. 그래서 딱딱하고 담백한 맛의 베이글은 젊은 여성들의 건강 다이어트용으로 인기다. 하지만 도넛은 겉으로 봐도 설탕을 묻혀 놓아 단맛이 난다. 달콤하고 부드러워 자꾸 먹다 보면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도넛형 투자자는 투기적 수익을 추구하는 사람, 베이글형 투자자는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비유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도넛형 투자자는 고수익을 올릴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승자가 되기 어렵다. 고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가격이 롤러코스터처럼 심한 변동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베이글형 투자자는 지속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챙기는 스타일이다.

노후 자산 관리를 할 때는 당연히 도넛형 투자자보다는 베이글형 투자자가 돼야 한다. 나이가 들면 단기적으로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익이 낮더라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자산 재설계가 좋다. 그래야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정신 건강에 해가 가지 않고 원금 손실도 막을 수 있다. 주식으로 따지면 도넛형 투자자는 성장주나 테마주, 베이글형 투자자는 배당주나 가치주 매입에 나설 것이다. 부동산에서는 도넛형 투자는 시세 차익 목적으로 구입하는 분양권이나 ‘갭 투자’ 아파트, 베이글형 투자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월세)을 창출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안전과 고수익을 겸비한 상품을 찾는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존재하기 어렵다. 안전과 고수익은 양립할 수 없다. 고수익은 가격의 변동성에서 나온다. 가격이 춤추지 않고서는 고수익은 있을 수 없다. 안전하다는 것은 가격의 변동성이 낮다는 의미다. 달리 말하면 원금이 거의 훼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전한 고수익 상품은 애초부터 설계가 불가능하다. 대가를 얻기 위해서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상품의 안정성을 높이려면 수익성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 반대로 수익성을 높이려면 원금을 떼일 각오를 해야 하고, 가격 변동에 따른 스트레스도 견뎌야 한다.

이처럼 수익과 안전은 반비례 관계이다. 이런데도 많은 사람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다. 이는 밤늦게까지 피자, 햄버거, 삼겹살 같은 고열량 음식을 먹으면서 몸무게를 줄이겠다고 다짐하는 것과 같다. 안전한 고수익 상품이 있다고 선전하는 것은 기본적인 금융 상식을 잘 모르거나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가끔 당신은 은행의 예금 금리가 너무 낮다고 투덜거린다. 하지만 달리 한번 생각해보자. 투덜거릴 때 이자만 생각할 뿐 돈을 맡기면서 느끼는 ‘마음의 편익’은 빠뜨렸다. 이자 수익이 낮은 것은 원금을 떼일 만한 위험 요인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마음의 편익을 포함해서 계산한다면 낮은 예금금리에 대한 실망은 다소 줄어들 것이다. 이 세상에 마음의 불편함이 없는 고수익은 없다. 꽉 막힌 노후를 뻥 뚫어주는 청량제 같은 고수익 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과도한 기대를 접어야 그나마 평균적인 노후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