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대졸 신입사원 정기 공개채용방식을 전격 폐지하고, 필요할 때마다 뽑는 상시 공채로 전환했다. 해마다 3월과 9월 두 차례 본사 인사부서에서 신입사원을 일괄 선발해 온 오랜 관행을 깨고 현업 부서에서 필요한 인재를 직접 뽑는 방식이다. 주요 대기업 가운데 상시공채를 전면 도입한 곳은 현대·기아차가 처음이다.경직된 형태의 정기 공채가 한국과 일본에만 남아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의미가 크다. 1957년 삼성그룹이 정기공채를 시행한 이래 60여 년간 이어져 온 인재선발 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불러올 것이어서다. “제조업과 ICT가 융·복합하며 미래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정기 공채 방식으로는 적기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일이 어려워졌다”는 현대·기아차의 설명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4차 산업혁명의 파고는 자동차업계에서 특히 거세다. 자율주행차, 커넥티드 카, 수소혁명 등 거대한 물결이 일시에 밀어닥치며 IT(정보기술)·AI(인공지능)산업 기업들과도 최일선 전장에서 경쟁하게 됐다. “기존 자동차회사의 80%가 5년 내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을 정도다. 구글이 자율주행택시 상용화를 작년 12월에 시작했고, 미래자동차 핵심인 그래픽 칩(GPU)을 만드는 엔비디아, 반도체회사 인텔, 배터리제조회사 파나소닉과 LG화학 등도 경쟁자로 부상했다. 필요한 인재를 현업에서 적극적으로 찾아내는 일이 생존과 직결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상시공채는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직무급’ 방식의 임금체계 개편과도 부합한다. 근속연수를 따지는 ‘연공급’과 달리 ‘직무급’은 일의 특성과 난이도·숙련도를 중시하는 선진 방식이다. 일괄 채용으로 뽑은 직원의 30%가량이 1년 내 퇴사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적 비용 절감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대규모 공채에 따른 관리비용이 임계치를 넘어선 현실도 무시하기 힘들다.대기업 취업준비생들은 제각각인 채용일정 등 챙겨야 할 일이 다소 많아졌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볼 대목이 더 많다. 일괄 공채에 대비해 직무 연관성이 없는 ‘스펙 쌓기’에 몰두할 필요가 없어졌다. 수시 채용은 기수 중심의 폐쇄적인 인사와 조직문화에서 벗어나는 일로, 진작에 시작했어야 할 일이다. 선진국에선 수시채용이 일상적이고 상식이다. 현대·기아차의 혁신이 채용시장의 공정과 효율을 제고하는 새 바람을 일으키기를 응원한다.
국내 최고 높이(569m)로 건축을 추진 중인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조감도)가 착공을 위한 마지막 행정 절차를 끝냈다. 서울시 인허가 절차를 거쳐 이르면 하반기 착공할 전망이다.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2일 서울시에 GBC 건립을 위한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 건축 허가가 나면 건물 공사를 할 때 지하를 파도 안전한지 등을 따져보는 서울시 구조·굴토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절차를 밟아 고시가 나오면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현대차그룹이 건축 허가를 신청한 것은 2014년 9월 한국전력으로부터 부지를 매입한 이후 4년 반 만이다. 당초 2016년 12월 착공이 목표였으나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등에 발목이 잡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사업을 놓고 서울시 건축위원회 소위원회만 10차례 이상 열렸다.남은 절차가 많지 않아 이르면 상반기 착공할 것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와 서울시 등도 착공 일정을 앞당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작년 말 ‘2019년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GBC를 비롯해 총 6조원 이상 규모의 민간투자 프로젝트가 조기 착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최대 8개월가량 걸릴 수 있는 남은 인허가 처리 기간을 5개월 내로 단축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축허가 절차와 도시관리계획 변경 절차를 병행해 조기 착공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현대차그룹은 7만9342㎡ 부지에 지하 7층~지상 105층 신사옥 1개 동, 지상 35층 높이 숙박·업무 시설 1개 동, 지상 6~9층 높이 전시·컨벤션·공연장 건물 3개 동 등 5개 건물을 짓는다. 신사옥이 완공되면 국내 최고 높이의 새로운 마천루가 된다. 기존 국내 최고 높이 건물인 잠실 롯데월드타워(555m)보다 14m 높다. 시공은 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맡는다.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올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본격 개선되면서 과거 슈퍼 사이클 당시 호황기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열풍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늘어나는 등 제품 판매단가가 올라가고 고부가 제품 판매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SK하이닉스가 25일 컨센서스(시장 평균전망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메모리 업황 회복세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HBM 강세에 더해 일반 D램 수요 증가가 예측되는 올해 하반기에는 업황 회복세가 더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매출 71조원, 영업이익 6조6000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2조4000억원의 매출에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을 올렸다.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이끈 주인공은 AI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이날 오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는 계절적 영향에 따라 PC와 모바일 수요는 약세를 보였지만 메모리 업황 개선을 이끄는 AI 서버향 제품 수요 강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 등이 주목을 받으면서 HBM 수요는 폭증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 기능이 텍스트를 생성하던 수준을 넘어 이미지·비디오를 제작할 정도로 고도화하면서 HBM 수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HBM과 같은 고부가 제품 수요가 늘자 자연스럽게 수익성도 개선됐다.김 CFO는 "올해 메모리 시장 규모는 과거 호황기에 버금가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수요 대응에 얼마나 발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수익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해 연간 실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