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등 동유럽을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중국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국가와는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약 화웨이 장비가 미국의 중요한 시스템이 있는 곳에 배치돼 있을 경우 미국은 그런 곳들과는 협력관계를 맺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동맹국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 리스크가 따라온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동맹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중국(화웨이)과 미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최후통첩에 가까운 발언을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헝가리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동시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지만 친(親)중국·러시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헝가리 통신 장비의 70%를 화웨이 제품이 장악하고 있다. 헝가리는 화웨이로부터 12억달러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헝가리가) 화웨이와의 협력을 계속한다면 미국은 특정 사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헝가리에 이어 슬로바키아와 폴란드를 방문해 에너지 및 안보 문제를 논의한 뒤 벨기에 브뤼셀 EU본부와 아이슬란드 등도 방문할 예정이다.

미국 행정부에서는 화웨이를 미국뿐만 아니라 동맹국에서도 퇴출하기 위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 미 정부와 의회는 화웨이 통신장비에 인증 없이 네트워크에 침입해 정보를 빼돌릴 수 있는 ‘백도어(backdoor)’ 장치가 설치됐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첨단기술과 국가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안보상의 우려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ZTE 등 중국 통신장비의 미국 내 사용을 광범위하게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다음달 초 서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무선통신 박람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외교·안보 사절단을 보내 미 정부의 우려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