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라오 겐 CEO 간담회
공기청정기 신제품 행사서 프리미엄 가전 자신감 보여

미니멀한 디자인 앞세워, 밀레니얼 세대 사로잡아
15년 만에 매출 1850배 뛰어
데라오 겐 발뮤다 최고경영자(CEO)가 12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LED 조명 ‘더 라이트’(왼쪽)와 공기청정기 신제품 ‘더 퓨어’를 선보이고 있다.  /발뮤다  제공

데라오 겐 발뮤다 최고경영자(CEO)가 12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LED 조명 ‘더 라이트’(왼쪽)와 공기청정기 신제품 ‘더 퓨어’를 선보이고 있다. /발뮤다 제공

12일 서울 용산에 있는 한 호텔에서 열린 일본 가전 브랜드 발뮤다의 공기청정기 신제품 ‘더 퓨어’ 출시 행사장. 행사장 전면 스크린에 뜬금없이 중국 샤오미 공기청정기 사진이 등장했다. 2012년 발뮤다가 출시한 공기청정기 ‘에어엔진’과 외관 디자인은 물론 기능을 꼭 빼닮은 제품이었다.

경쟁사의 ‘미투(me too)’ 제품에 대한 비방을 늘어놓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데라오 겐 발뮤다 최고경영자(CEO·46)는 이 제품 사진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모방이 결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제품이 출시된 것이 발뮤다에는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미투 기업은 스스로 “창의성이 없다”고 선언한 셈이고, 발뮤다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다.

40대 젊은 CEO인 그는 이런 관점의 전환으로 발뮤다를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로 일군 인물이다. 17세 나이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뮤지션을 꿈꿨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혼자 작은 공장을 찾아다니며 설계와 제조 기술을 배운 뒤 ‘제조업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2003년 장모에게 3000만원을 빌려 회사를 차렸다.

데라오 CEO는 레드오션인 가전시장에서 오히려 기회를 봤다. 그는 “이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더 팔려고 하니 비즈니스가 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며 “발뮤다는 ‘제품’이 아니라 가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체험’을 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토스터 대신 토스터로 구운 빵의 맛과 촉감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가 대표적이다.

항공기 제트엔진 기술을 응용한 공기청정기, 백자 항아리를 연상하게 하는 가습기, ‘죽은 빵도 살려낸다’는 토스터까지 발뮤다 제품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미니멀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으로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했다. 2003년 5800만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1000억원을 넘어섰다. 15년 만에 1850배 성장한 것이다.

발뮤다의 글로벌 매출 1위 지역은 한국이다. 13일부터 판매되는 공기청정기 신제품 ‘더 퓨어’도 일본보다 먼저 한국에서 출시한다. 일본에 비해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10배나 많을 정도로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류는 아직 본 적이 없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가진 동물”이라며 “앞으로도 새로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해 인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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