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달부터 정부세종청사와 서울 공덕동 지방재정회관에서 ‘두 집 살림’을 시작한다. 행안부는 ‘70여 년 광화문 생활’을 끝내고 지난 7일부터 세종시로 이사하고 있다. 오는 23일 장관 집무실까지 내려가면 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사용할 별도 사무공간이 없어진다. 이에 행안부는 산하기관인 한국지방재정공제회로부터 지방재정회관을 임차해 서울 집무실로 사용하기로 했다. 월 300만원의 임차료를 포함해 월 520만여원의 운영비가 들지만 서울에서의 업무 효율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세종에 있는 정부 부처들이 줄줄이 서울에서 장·차관 집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곳곳에 아지트…장관들의 세종·서울 이중생활
국회나 KTX역 가까운 곳 선호

세종시 부처들은 주로 국회가 있는 여의도나 인근 마포, KTX역이 가까운 용산이나 서울역 인근, 고속버스터미널과 수서고속철도(SRT)역 접근성이 좋은 강남에 장·차관 집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여의도에 집무실이 가장 많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한국전력남서울지역본부)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보건의료평가인증원),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잠사회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대하빌딩) 집무실이 여의도에 있다.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인근은 ‘작은 세종시’로 불릴 정도다. 여의도와 가까운 마포에는 김부겸 장관이 이번에 둥지를 틀게 됐다.

용산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17년 취임하면서 LS타워에 거처를 새로 마련했다. 당초 국토부 장관 서울 집무실은 동작대교 남단의 한강홍수통제소에 있었다. 한강홍수통제소는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국토부 산하였다. 국토부는 환경부와 나눠 맡던 물관리 업무를 지난해 모두 환경부에 넘기면서 한강홍수통제소도 비워줘야 했다.

서울역 인근에도 장관 집무실이 포진해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대외적으로는 장관급인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대한상공회의소에,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서울스퀘어에 집무실을 두고 있다. 강남에는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반포동 서울지방조달청에 집무실을 두고 있다.

산하기관에 공짜 거주하던 시절은 끝

2014년 상반기까진 주로 서울에 본사를 둔 정부 부처 산하단체 건물에 장·차관 서울 집무실이 차려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관피아’ 논란으로 산하단체 건물에서 정부 부처들이 슬슬 방을 빼기 시작했다. 해수부는 여의도 해운빌딩에 있던 장관 집무실을 2014년 하반기에 비웠다. 선주협회가 소유한 빌딩 집무실을 보증금 없이 빌려 써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국토부는 무료로 이용하고 있던 여의도 대한주택보증 사무실을 2015년 비우고 한강홍수통제소로 옮겼다.

2016년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산하단체 건물을 사용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임차료를 내지 않거나 시장 가격보다 낮게 내면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김현종 본부장은 당초 종로 무역보험공사에 있던 집무실을 지난해 대한상의로 옮겼다. 산업부 산하기관인 무역보험공사에 집무실을 두는 것이 논란의 소지가 있어서다.

고형권 전 기재부 1차관은 명동 은행연합회에 있던 집무실을 2017년 취임하면서 아예 반납했다.

예산 낭비냐, 효율성 향상이냐

정부 부처 서울 집무실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월 수백만원의 임차료를 내면서 운영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지적과 “업무 효율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옹호론이 맞선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서울 집무실은 불필요하게 예산을 지출시킬 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가 세종으로 이전한 취지와도 어긋난다”며 “설사 서울에 있더라도 정부서울청사 스마트워크센터를 이용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전직 경제 부처 차관은 “스마트워크센터는 공용장소이기 때문에 장·차관들은 별도로 집무실을 둘 수밖에 없다”며 “집무실 운영에 따른 업무 효율 향상이 임차료나 운영비 지출을 훨씬 웃돈다”고 반박했다. 한 전직 장관은 “어차피 서울에 있어야 하면 뿔뿔이 흩어져 지내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서울의 한 건물을 통째로 장·차관 집무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임도원/심은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