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기지 않은 건면, 라면시장 다시 키울까
국내 라면시장 규모가 지난해 2조원을 넘어섰다. 2년 만이다. 튀기지 않고, 뜨거운 바람에 말린 건면(non-frying·乾麵)이 정체된 라면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면 강대국’으로 통하는 일본에선 최근 몇 년간 건면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전체 라면시장도 함께 커졌다. 식품업계는 한국 라면시장도 일본의 선례를 따라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건면 점유율 25% 넘어

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2조48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라면시장은 1970년 100억원을 넘어선 뒤 1980년 1000억원, 1998년 1조원 등으로 급성장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라면시장은 성장을 거듭해 2013년 2조원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후 5년째 2조원 안팎을 오르내리며 성장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튀기지 않은 건면, 라면시장 다시 키울까
출산율 하락으로 주 소비층인 유소년 인구가 줄어든 데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성장한 게 라면 시장 정체의 요인이다. 농심 관계자는 “무엇보다 10여 년 전부터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라면을 즐겨 먹는 청소년들의 절대적인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며 “여기에 ‘웰빙’ 등 건강한 식품에 대한 욕구가 커진 것도 라면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라면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해외시장 진출과 다양한 신제품 출시를 통해 침체된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농심은 중국과 미국, 삼양식품은 동남아시아, 팔도는 러시아 등에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건면과 같은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 HMR로 발길을 돌렸던 소비자들을 불러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신제품을 많이 내놓아야 침체된 시장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다”며 “트렌드에 맞춰 카카오프렌즈 등과 협업한 제품을 선보이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하나”라고 말했다.

‘건면’이 성장 돌파구 될까

튀기지 않은 건면, 라면시장 다시 키울까
라면업계는 건면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라면시장의 54%를 차지하고 있는 농심은 최근 대표 브랜드인 신라면 브랜드로 건면을 출시했다. 건강을 이유로 떠난 라면 소비자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는 제품이 건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라면건면의 열량은 봉지당 350㎉로, 신라면블랙(575㎉)의 60% 정도다. 포화 지방도 기존 라면의 절반 수준이다.

국내 건면시장은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식감이나 맛이 기존 라면보다 좋지 않다고 느낀 소비자가 많았다. 그러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2015년 629억원이던 국내 건면시장 규모는 지난해 1178억원으로 두 배가량 커졌다. 올해 건면 시장은 1400억원대로 커질전망이다.

튀기지 않은 건면, 라면시장 다시 키울까
현재 국내 건면시장은 농심이 40%를 점유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건면 새우탕’을 출시하며 냉면 칼국수 쌀국수 등에 이어 제품군을 적극 늘리고 있다. 풀무원은 2016년 ‘생면식감’으로 라면 브랜드를 개편한 뒤 육개장칼국수, 돈코츠라멘, 비빔쫄면 등으로 건면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오뚜기는 건면시장에서 잡채류를 내놓고 라면으로 품목을 확대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라면업계의 잇따른 건면 제품 출시는 일본 라면 시장의 선례에 대한 기대가 반영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풀무원 관계자는 “2011년 일본 건면이 전체 라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였지만 2014년엔 25%로 커졌다”며 “국내 건면시장도 일본과 비슷한 패턴으로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 건면시장 규모는 1520억엔(약 1조5500억원)에 달했다.

김재후/김보라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