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이 1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P2P(개인 간 거래)금융 법제화 공청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이 1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P2P(개인 간 거래)금융 법제화 공청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금융당국이 P2P(개인 간 거래) 대출업체가 취급하는 상품에 저축은행과 신용카드사 등 금융회사의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업체당 1000만원으로 제한한 개인 투자한도도 상향한다. 기관투자가의 참여를 허용하고, 개인 투자한도를 늘려 P2P 시장을 육성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연구원은 1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P2P금융 법제화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법제화 방안을 논의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P2P 금융의 특수성과 혁신성을 고려할 때 기존 법체계에 억지로 맞추기보다는 새로운 금융업으로의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별도 법률을 제정해 P2P 금융을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P2P 금융은 돈을 빌리려는 차입자와 투자자를 온라인에서 연결해주는 금융서비스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6년 말 6000억원 수준이던 P2P 누적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4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만 존재할 뿐 업계를 규율할 수 있는 법안은 아직 없다. 국회에는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을 비롯해 5개 법안이 계류돼 있다.

금융위는 이르면 다음달까지 정부 최종안을 확정한 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소위원회가 열리는 대로 본격적인 입법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위는 현재 발의된 의원입법안에 정부 최종안을 추가해 수정하는 방식으로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공개된 법제화 방안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개인 투자자의 투자 한도를 업체당 일정액으로 제한하던 방식에서 시장 전체에 대한 총한도로 기준을 바꾸고, 한도도 늘리기로 했다. 현행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일반 투자자의 투자 한도는 업체당 연간 1000만원(비부동산 P2P는 2000만원)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P2P 업체의 자기자금 투자와 금융회사의 P2P 투자도 제한적 범위에서 허용하기로 했다. P2P 업체가 투자 모집액의 일정 비율 및 자기자본의 100% 이내에서 회삿돈을 대출상품에 투자하고, 금융회사도 대출액의 일정 비율 이내로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이 행정지도의 일환으로 운영 중인 P2P 대출 가이드라인에는 해당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아 지금까지는 사실상 이 같은 투자가 어려웠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윤민섭 한국소비자보호원 연구위원은 “P2P 대출 및 투자 한도에 대해 유연한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2P업계도 금융회사의 대출 참여 및 P2P업체의 자기자금 투자를 허용하면 시장 활성화에 상당한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는 투자 한도에 관한 근거는 법률에 명시하되 세부 한도 설정은 시행령에 담겠다는 방침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P2P 업체의 등록요건은 대폭 강화한다. 지금까지는 대부업 등록요건인 최소 자기자본 3억원이 적용됐지만 이를 10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P2P 시장의 진입 장벽을 지금보다 높이겠다는 것이 금융위의 방침이다. 또한 투자금과 대출 상환금은 은행 등에 예치·신탁하도록 의무화하고, 투자자 손해배상을 위한 업체의 준비금 적립과 보험 가입 규정도 신설하기로 했다.

강경민/김순신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