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환 현대아산 사장이 금강산관광 사업 재개 가능성과 관련해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달려 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배 사장은 전날 1박2일 일정으로 금강산을 방문한 뒤 “북측이나 우리 모두 기대가 크다”며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뒤 필요하면 북측과 추가로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2차 ‘핵담판’ 장소로 베트남 하노이가 낙점되면서 미·북 정상이 머물 숙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10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숙소 후보로 JW메리어트호텔 등이 거론된다. 방문이 유력한 호텔들은 베트남으로 회담 장소가 정해지면서 예약이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JW메리어트호텔은 하노이를 찾는 각국 정상이 경호상 이유로 주로 머물렀던 곳이다. 2016년과 2017년 각각 베트남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작년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이곳에 묵었다. 복잡한 도심과 떨어져 있는 데다 인공호수로 둘러싸여 있어 경호상 장점이 크다. 입구를 봉쇄하면 섬처럼 외부와 단절된다.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하노이 방문 당시 투숙했던 소피텔메트로폴호텔도 후보군 중 하나다. 한 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어 도로 및 외부인 차단 등 경호 동선을 짜기 손쉽다는 장점이 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로는 멜리아호텔이 거론된다. 베트남을 방문하는 북측 인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5성급 호텔로 주베트남 북한대사관과 가깝다. 지난해 말 베트남을 방문한 이용호 북한 외무상도 이 호텔에 짐을 풀었다. 2006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용한 쉐라톤호텔과 인터컨티넨탈호텔도 물망에 오른다.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0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스몰딜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폐기 대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없애는 ‘낮은 수준’의 타협으로 결론 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청와대는 지난 6~8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평양 실무협상 결과에 대해 “큰 방향에서 북·미가 잘 움직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귀국한 비건 대표는 전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협상 결과를 공유했다.청와대 관계자는 “비건 대표가 이번 협상 과정을 통해서 ‘한·미가 같은 입장(the same page)’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우리 정부가 원하는 것은 스몰딜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와 관련, 9일 일본 게이오대 심포지엄에서 “어떤 형태로든 비핵화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까지는 말뿐이고 행동은 없었으나 이제는 북한이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야 할 때”라고 했다. 비건 대표도 우리 측에 협상 결과를 설명하면서 “논의는 생산적이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협상의 시작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자신의 트위터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연다고 발표하면서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리더십 아래 경제강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와 경제 발전을 연결해 북한의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했다.박동휘/박재원 기자 donghuip@hankyung.com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이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예정이다. 우리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가 어느 정도 선에서 논의 및 결정될지 전혀 알지 못한다. 북한이 비핵화 용의를 밝힌 지 1년이 가까워 오지만 북한은 이를 위한 결정적 조치를 강구하거나 개략적인 로드맵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미·북 실무회담에서도 합의된 바가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하노이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한국의 대표성과 자결권 축소다. 북핵은 우리에게 가장 직접적인 위협임에도 이에 대한 협상은 전적으로 미국에 맡겨져 있고, 한국은 미국과 북한이 논의한 바를 전달받는 데 그치고 있다. 자주를 강조하는 현 정부가 오히려 미국과 북한에 우리 안보에 관한 결정권을 위임하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보수층에서는 하노이 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과 같은 심각한 결정이 일방적으로 내려질까 우려하고 있다.실제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11일 “미국인의 안전이 북한 비핵화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언급한 적이 있고, 2차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방북한 스티븐 비건 대표가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집중적으로 요구했다는 보도도 있다. 우리 안보가 미국의 배려와 북한의 선의에 좌우돼서는 곤란한 것 아닌가.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된다면 위와 같은 위험은 감수할 수도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2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철폐가 이행돼 미국의 핵우산이 제거되는 ‘조선반도 비핵화’에 합의했다면서 그들의 비핵화 자체를 부정하고 있고, 비건 대표도 방북 결과가 “생산적이었다”고 말했을 뿐 구체적 성과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핵무기의 생산·시험·사용·전파를 하지 않겠다는 핵 보유국으로서의 의무 준수를 강조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위협도 추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이 ‘경제 로켓’을 발사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동안의 협상 과정에서 북한은 경제 원조의 규모와 조건을 논의하자고 한 것이 아니라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등 대남전략 차원의 조치에 치중하고 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성과를 우려하는 이유들이다.이제 우리는 북한 비핵화에만 매달려 우리 안보를 계속 위태롭게 할 수는 없다. 국가 안보는 최상의 상황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최악의 사태까지 대비해야 한다.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추진하면서도 북핵을 억제하고 유사시 국민을 보호하는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를 늦추더라도 헌법 66조 2항에 명시된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 수호’를 위태롭게 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나아가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핵우산’의 신뢰성을 높이고, 필요하다면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협의하는 것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 핵위협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국방개혁의 중점을 전환하고 선제타격, 탄도미사일 방어, 한국형 응징보복력 확보에도 매진해야 할 것이다.더욱 중요한 사항은 우리 안보에 대한 대표성과 자결권을 회복하는 일이다. 한반도 문제를 미국과 북한이 결정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미국과의 정책 공조를 더욱 강화해 한국의 동의 없는 미·북 간 합의를 예방할 수 있어야 하고, 북한이 진정 ‘우리 민족끼리’ 우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남한과 안보, 즉 핵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임을 강조하면서, 이제부터는 남북한 간 회담에서도 비핵화 문제를 적극 제기해야 한다. 아무리 상황이 어렵더라도 우리 운명은 우리가 책임진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자주의 바탕임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