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경기가 불황에 빠졌는지를 판단하는 지수로 자주 활용되던 ‘립스틱 지수’를 언급하는 애널리스트나 이코노미스트가 줄어들고 있다고 미국 경제방송 CNBC가 10일 보도했다.

립스틱 지수는 경기가 불황일수록 소비자들이 비교적 싼 값에 살 수 있는 사치품인 립스틱 판매량이 증가하는 현상을 지수로 표시한 것이다. 미국 대공황의 여파가 컸던 1930년대 초 대부분 산업군의 판매량이 줄었지만 립스틱은 오히려 판매량이 늘었던 데서 유래했다. 지갑은 얇은데 심리적인 만족을 키울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 화장품 회사 에스티로더가 2001년 립스틱 지수를 발표하면서 립스틱 판매량은 불황기 소비 성향을 판단하는 지표가 됐다. 프랑스 화장품 회사 로레알도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중국 판매량 상승 원인으로 립스틱 효과를 꼽았다.

하지만 CNBC에 따르면 립스틱 지수의 신뢰도는 예전만 못하다. 불황기에만 소비하는 것도 아니고 화장법도 과거와 달라진 탓이다. 소비자가 자주 사용하는 미용제품이 로션류, 보디워시류, 네일케어 제품 등으로 다각화된 것도 립스틱 지수의 근거를 흔들고 있다.

CNBC는 “단순한 립스틱 판매량은 소비자 심리 풍향계로 영향력을 잃고 있다”고 꼬집었다. 리서치회사 민텔과 유로모니터 등은 립스틱 제품이 색조 화장품 시장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립스틱 대신 더 광범위하게 쓰이는 파운데이션이 지수로 더 적합할 것”이라며 “립스틱 지수가 립스틱 소비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호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