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이 예상과 달리 2017년에 비해 줄었다. 올해 초 희망퇴직을 크게 늘리고 그 비용을 지난해 회계장부에 반영한 결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순이익을 기준으로 한 리딩금융그룹은 신한금융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KB금융은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지배지분 순이익)이 3조68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8일 발표했다. 전년보다 7.3%(2430억원) 감소한 규모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순이익은 200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9%(7537억원) 급감했다.

대규모 퇴직금 여파…KB금융 '리딩금융' 내놓나
KB금융 관계자는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이 올초 받은 희망퇴직 관련 비용과 특별성과급을 2018년 회계연도에 인식하면서 순이익이 줄었다”며 “지난해 주요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순이익은 3조4240억원으로 전년보다 2.2%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특별퇴직금으로 종전보다 3개월 늘린 최대 39개월치 급여를 주며 희망퇴직을 유도했다. 이로 인해 2018년(407명)보다 50% 이상 증가한 615명이 퇴직을 신청했다. 국민은행은 희망퇴직금으로 2860억원, 특별성과급으로 1850억원을 지급했다.

금융계에선 지난 한 해 순이익은 신한금융이 KB금융을 제쳤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의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로 보면 신한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3조1500억원 수준이다. 이와 관련, 한 은행 관계자는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 은행 등 금융회사가 돈을 너무 많이 번다고 보는 분위기가 있다”며 “KB금융 경영진이 이를 의식해 순이익 수치 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KB금융은 지난해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말 KB금융의 총자산(신탁 등 관리자산 제외)은 479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8%(42조8000억원) 증가했다. 그룹의 총순이자이익은 8.0%(6585억원) 늘어난 8조9051억원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전년보다 2.3% 증가한 2조22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원화대출금(지난해 말 기준)이 1년 만에 9.6%(22조5000억원) 늘어난 257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수익 개선을 이끌었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순이자마진(NIM)은 전년과 같은 1.71%였다.

KB국민카드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 부정적 사업환경에도 불구하고 전년(2968억원)보다 10.9% 늘어난 32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KB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20.6% 줄어든 2623억원을 기록했고, KB증권도 전년보다 34.2% 감소한 1788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김기환 KB금융 재무총괄책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일회성 비용 등으로 앞선 세 분기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면서도 “그동안의 안전·우량자산 중심의 여신 성장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힘입어 올해 경기둔화 국면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