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 스타트업인 에어록 직원들이 지난 2일 인도 첸나이 마드라스인도공대 리서치파크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유승호  기자
공기청정기 스타트업인 에어록 직원들이 지난 2일 인도 첸나이 마드라스인도공대 리서치파크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유승호 기자
인도 남부 첸나이에 있는 마드라스인도공대를 졸업한 파반 레디(25)는 대학에 재학 중이던 2016년 친구 두 명과 함께 공기청정기 제조업체 에어록을 창업했다. 기존 공기청정기가 너무 비싸고 수명도 짧아 저렴하면서도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창업 2년여 만에 제품 개발에 성공한 그는 지난해 7월 델리 등 대기 오염이 심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공기청정기 판매를 시작했다. 레디는 최근 인도에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에 뛰어드는 수많은 젊은이 중 한 명일 뿐이다. 그는 “많은 친구가 취업보다 창업의 길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창업 열풍

벤처 3대 강국 오른 '젊은 인도'…해외기업 밀려들며 M&A도 中 추월
젊은 층의 스타트업 창업 열기가 인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인도 상공부 산하 투자 유치 전담기관인 인베스트인디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현재 인도엔 1만5417개의 스타트업이 있다.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하루 평균 네 개의 스타트업이 새로 생기고 있다.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만 14개다. ‘인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전자상거래 기업 플립카트, 모바일 결제 기업 페이티엠, 차량 공유기업 올라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유니콘 대열에 합류한 기업이 페이티엠을 비롯해 6개나 된다.

인도 경제는 최근 주요국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7.2% 성장해 중국(6.6%)을 앞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 경제가 올해도 7%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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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인도를 식민 지배했던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로 도약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인도가 2030년 이후엔 일본 독일까지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는 이미 세계 3위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 세계는 13억5000만 인구의 인도를 ‘넥스트 차이나’로 주목하고 있다.

스타트업 육성 ‘총력전’

인도 정부는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16년 1월 ‘스타트업 인디아’ 정책을 내놨다.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해 경제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인베스트인디아를 전담기구로 정하고 스타트업에 행정·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인도 스타트업은 창업 후 7년 중 임의로 정한 3년 동안 소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법인 설립 신청부터 지식재산권 확보, 투자 유치, 규제 조항 등에 관한 무료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주(州)정부도 세금 감면, 임차료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지난달 30일 찾아간 델리의 인베스트인디아는 투자 상담을 받으러 온 기업인들로 붐볐다. 디팍 바글라 인베스트인디아 사장은 “창업하려는 기업인에게 회사 설립에 관한 모든 절차를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인디아에 파견 근무 중인 전병주 KOTRA 부장은 “스타트업 지원기구답게 조직 문화도 다른 정부 조직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인도 외교부 초청으로 방문한 한국 기자들이 바글라 사장에게 던진 질문에 배석한 직원들이 먼저 손을 들고 답하는가 하면, 바글라 사장은 즉석에서 단체 영화 관람을 제안해 한국 기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전 부장은 “어릴 때부터 토론과 발표를 장려하는 문화가 인도에서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한 배경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인구에 비해 산업 기반이 부족한 것도 인도가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하는 이유다. 인도는 13억5000만 명 인구의 평균 연령이 29세에 불과하고 10~30대 인구가 50%에 이르지만 일자리는 부족하다. 반면 스타트업 창업을 장려해 경제 규모를 키우고 일자리를 창출할 잠재력은 크다.

중국 추월한 외국 기업 직접 투자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앞세운 외국인 투자 유치도 인도 경제를 이끌어가는 동력이다. 인도 정부는 취약한 제조업 기반을 보완하기 위해 외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인도에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은 2015년 452억달러에서 지난해 610억달러로 늘었다.

지난해 외국 기업이 인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M&A) 금액은 395억달러로 중국 기업 M&A(328억달러)를 추월했다. 인도 시장에 대한 해외 기업들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남부 타밀나두주엔 현대자동차 다임러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을 비롯해 외국 기업 3000여 개가 진출해 있다. 시루 삼파스 타밀나두주 산업부 장관은 “공장 부지를 싼 가격에 제공하고 전력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지원을 하고 있다”며 “최신식 주택과 국제학교, 의료 시설 등 생활 조건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봉길 주(駐)인도대사는 “13억5000만 인구의 수요(demand)와 젊은 인구구조(demography),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democracy) 등 ‘3D’가 인도의 강점”이라며 “중국의 뒤를 잇는 세계의 공장이자 소비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델리·첸나이=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