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도 헷갈리는 삼성 성과인센티브(OPI)
5년간 영업이익 8배 급증한 삼성전기는 연봉의 20%
영업익 60% 쪼그라든 전자 무선사업부는 46%
삼성맨 "한턱 쏘라는 소리"에 부글부글

“고향에서 만난 가족, 친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특별성과급을 받았으니 한턱 쏘라’고 하더군요.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스트레스만 잔뜩 받고 왔습니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김 모 과장이 고향인 부산에 내려갔다 올라온 지난 7일 “성과급 때문에 화병이 생길 지경”이라며 들려준 얘기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31일 삼성전자가 대규모 성과인센티브(OPI·옛 PS)를 임직원들에게 일괄 지급했다는 언론 보도로 ‘억대’ 성과급이 연휴 밥상머리를 달궜기 때문이었다. 실상은 전혀 다르다고 ‘삼성맨’들은 항변했다. 사업부 실적에 따라 OPI를 차등 지급 받아서다. 지난해 삼성 전 계열사를 통털어 OPI의 최대치(연봉의 50%)를 받은 부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관련 사업부뿐이었다. 삼성 전체 임직원들의 10% 남짓이다. 김 모 과장이 받은 OPI는 9%로 금액으로 따지면 1000만원 미만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신입사원으로 함께 입사한 동기들도 적게는 수백만원부터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OPI 격차가 벌어진다”며 “같은 회사 직원인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실적 하락해도 성과인센티브는 ‘두둑’

삼성이 매년 1월 말 지급하는 OPI는 회사가 벌어들인 초과이익을 최대 20% 범위 이내에서 임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삼성만의 독특한 성과급 제도다. “동기끼리도 급여가 3배 차이가 나야 한다”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과 보상 철학에 따라 2001년 PS(Profit Sharing·초과 이익 분배금)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됐다. 2014년 개인 고과를 더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면서 OPI로 명칭을 바꾸는 등 매년 조금씩 제도를 손보고 있지만 ‘초과 이익을 직원들에게 돌려준다’는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낸 원동력이라는 평가와 함께 개인 및 조직의 능력과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기 컴포넌트사업부의 OPI는 2017년 8%에서 2018년 20%로 12%포인트 높아졌다. 이 사업부 임직원들은 “실적에 비해 성과급 규모가 턱없이 작다”는 불만을 내놓는다. 컴포넌트사업부의 영업이익은 2016년 1252억원에서 2018년 1조1200억원(추정치) 등으로 2년간 9배 급증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OPI를 최대치 (50%)로 받았다 지난해엔 46%였다. 이 기간 IM(인터넷·모바일) 사업부 영업이익은 하락세였다. 2013년 24조9600억원에서 지난해 10조1700억원으로 5년간 59.3% 급감했다.

◆임원도 모르는 인센티브 고차 방정식

이런 OPI의 특성은 사업 이익의 일부를 임직원들에게 돌려준다는 OPI의 기본 원칙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실적이 하락하더라도 이익을 내는 사업부는 대규모 성과급을 받을 수 있지만 신사업에 진출한 부서 등은 이익을 낼 때까지 OPI를 한푼도 받지 못하는 구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PI 제도를 매년 조금씩 수정하다보니 “재무팀의 관련 임직원이 아니면 사업부장도 OPI 산정 방식을 제대로 모른다”는 지적이 회사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이런 시스템이 조직 내 위화감을 키우고 회사 내부 조직 개편이나 인사이동, 신사업 진출 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과거 삼성이 차세대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우수 인력들을 차출해 만들었던 의료기기사업부나 LED사업부의 임직원들은 현재 기대치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해 ‘성과급 잔치’에서 소외받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계열사 맞춤형 OPI 확산

최근 들어선 성과인센티브 제도를 회사 사정이나 업황에 맞게 바꿔 적용하는 계열사들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2016년부터 OPI를 없애고 개인 고과에 따라 분기 단위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개인 성과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증권업 특성을 반영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4배 불어난 컴포넌트사업부와 적자 폭이 확대된 기판사업부의 OPI를 동일하게 20%로 책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조직 내 위화감을 없애고 사기를 진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S도 사내 6개의 서로 다른 사업부 OPI를 약 18%로 동일하게 정했다. 회사 규모가 큰 삼성전자는 서로 다른 OPI를 적용하는 부서만 최소 18개에 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무선사업부나 반도체 관련 부서의 성과급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애플, 인텔 등 글로벌 경쟁사들과 벌이고 있는 인력 쟁탈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안팎에선 20년 가까이 운영해 온 OPI를 근본적으로 바꿀 때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OPI가 강력한 인센티브로 작용하면 경영진들이 미래를 위한 장기 투자를 미루려는 경향이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성과를 내기 어려운 설비투자나 인수합병(M&A)을 미루면 OPI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구조 때문이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사업부와 과점 시장의 특성을 갖는 사업부 임직원들을 정성적으로 평가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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