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중국을 향해 “미국의 일자리와 부(富)를 빼앗는 절도 행위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호혜무역법(Reciprocal Trade Act)’ 처리를 의회에 촉구했다. 호혜무역법이 통과되면 무역 상대국에 대한 관세 보복이 쉬워진다. 집권 3년째를 맞아 한층 강화된 보호무역 기조를 예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한 국정연설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존경한다”면서도 “중국과의 새로운 무역협정은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끝내기 위한 진정한 구조적 변화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줄이고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협상 타결을 모색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 ‘90일 휴전’에 합의한 뒤 다음달 1일을 시한으로 협상하고 있지만 ‘기술 도둑질’ 등의 현안에선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수십 년간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훔치고 미국의 산업과 일자리를 빼앗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점을 중국에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2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고 재무부는 매달 수십억달러의 관세를 받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우리를 이용한 것을 비난하지 않겠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한 과거 미국 지도자들과 의회의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엄청난 경제적 성공을 발전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지난 수십 년간 재앙을 가져온 무역정책을 뒤집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 당시와 비교하면 미국 경제는 거의 두 배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경제”라며 자신의 치적을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나라가 미국 상품에 불공정한 관세를 부과한다면 우리도 똑같은 상품에 똑같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의회에 호혜무역법 통과를 촉구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수출품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이 특정 수입품의 관세를 올리거나 해당 국가의 관세·비관세 장벽을 낮추기 위한 협상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관세 부과에 관한 대통령 권한이 확대되는 것이다.

중국 외에 한국, 일본 등 대(對)미국 무역 흑자국들이 이 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강경 보호무역주의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법안 초안을 작성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중국의 무역정책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USTR은 지난 4일 ‘2018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이행에 관한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은 정부 주도의 중상주의 무역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며 “무역 관행과 경제 체제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WTO 규정에 동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USTR은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미국 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고 미·중 간 무역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는 지난 5일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중국은 다원주의 무역 체계를 확고히 지지하며 USTR 보고서는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