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시달리는 중년, 건강관리·질병보험 동시에 챙겨라
40대 직장인 A씨는 평소처럼 동료들과 저녁 회식을 마치고 집에 가던 길에 뇌출혈로 쓰러졌다.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동료들은 “A씨가 고혈압 때문에 술도 조심했던 터라 그의 갑작스런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50대 B씨는 건강검진에서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당뇨병을 앓고 있어서 누구보다도 건강에 신경 써왔다고 자부했는데 청천벽력 같은 일이 닥친 것이다.

중년, 특히 중년 남성은 가정과 직장에서 막중한 책임과 역할을 감당해야 해서 건강 관리에 자칫 소홀하기 쉽다. 자녀 양육과 부모 부양 책임에, 조기 퇴직의 위험 등으로 중년 남성이 견뎌야 하는 중압감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마음 놓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여기에 신체적 노화가 시작되면서 외모의 변화, 신체 기능의 약화, 인지 기능의 저하 등이 겹쳐 중년 남성의 건강을 위협한다.
만성질환 시달리는 중년, 건강관리·질병보험 동시에 챙겨라
A씨와 B씨처럼 대표적 만성질환인 고혈압과 당뇨병을 가진 중년 남성은 건강 위기에 매우 취약하다. 고혈압과 당뇨병이 중년 남성 사망 원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심·뇌혈관 질환의 선행 질환이기 때문이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40, 50대부터 급증한다. 고혈압의 경우 유병률이 40대 남성 26.9%, 50대 남성 36.8%에 달한다. 여성은 이보다 낮아 40대 8.8%, 50대 27.4%다. 당뇨병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당뇨병 유병률은 남성의 경우 40대 10.9%, 50대 19.6%에 이르고 여성은 40대 6.4%, 50대 12.4%다.

그렇다면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중년 남성들은 어떤 삶의 경험을 하고 있을까. 고혈압 또는 당뇨병이 있는 7명의 중년 남성을 심층 면접해 분석한 연구를 살펴보자. 만성질환을 가진 중년 남성들은 주변 사람들의 종용에 떠밀려 받은 건강검진에서 느닷없이 만성질환 진단을 받는다. 갑작스럽게 건강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이다. 만성질환 진단에도 불구하고 생활에 큰 변화를 줄 만큼 심한 증상이 없어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만성질환의 시작을 가능한 지연시키고 싶어서다.

자신이 만성질환 환자라는 점을 거부하려는 심정은 시간이 흐르면서 누그러진다. 차츰 병에 대한 정보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환자로 살아가기를 준비한다. 대수롭지 않은 병이라며 “난 아직 창창할 때”라고 버티다가 깜박이는 건강 경고등을 늙어감의 징후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만성질환은 인정하더라도 남는 문제가 있다. 병으로 가장의 책임을 다하지 못할까 걱정과 두려움이 생긴다. 자신의 건강보다 가족이 우선이고 가족을 위한 희생은 당연히 지고 가야 할 자신의 몫이란 생각에 문뜩 외로워진다.
만성질환 시달리는 중년, 건강관리·질병보험 동시에 챙겨라
만성질환은 이제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어 항상 신경 써야 하는 불편함으로 자리잡는다. 만성질환과의 불편한 동행이 짜증나기도 하지만 체중 감량, 식단 조절, 기호식품 줄이기 등으로 건강 관리를 위해 노력한다. 핑계 같지만 이런 노력은 가정과 직장에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충실히 하다 보면 소홀해질 때가 많다. 그 결과 A씨나 B씨 같은 불행을 겪는 사람이 계속 생겨난다.

만성질환이 없더라도 중년은 건강 관리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와 함께 건강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재무적 준비도 갖춰야 한다. 질병보장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이 대표적이다. 보험소비자 조사(2018년)에 따르면 50대의 질병보장보험 가입률이 68.6%로 모든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다. 40대도 63.7%에 달한다. 가입률이 이처럼 높긴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50대와 40대의 약 3분의 1은 여전히 질병보장보험이 없는 실정이다. “나는 아직 건강해. 보험은 필요 없어”라거나 “안 그래도 빠듯한데 매달 빠져나가는 보험료는 부담스럽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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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보장보험에 가입한 나머지 3분의 2도 문제는 있다. 자신이 어떤 보험에 가입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다. 어떤 질병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중년의 건강 위기에 대응하려면 평소 건강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는 노력과 함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자신의 준비상황이 적절한지 점검해야 한다.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