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행동주의 바람이 거세지면서 자산운용사들도 주주로서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식물 주주'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그동안 의결권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행사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의 확산에 따라 많은 자산운용사가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상장 기업들의 주주 환원정책에 변화도 끌어내고 있다.

◇ '배당 적다' 압박에 13년 만에 배당금 늘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광주신세계 지분 8.5%를 보유한 KB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 광주신세계에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의 강화를 요구해왔다.

KB자산운용은 작년 4월 광주신세계에 보낸 주주 서한에서 "광주신세계는 2017년 기준 배당성향이 4.2%, 배당수익률은 0.5%로 국내 유통업체 중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높은 수익성에도 신규투자 부재와 열악한 주주환원 정책 때문에 지난 10년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8%에서 9%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광주신세계는 "ROE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영업 활성화와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한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 신세계(6.5%)와 유사한 수준의 배당성향 상향을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주주환원 강화하라'…목소리 커진 자산운용사

결국 광주신세계는 2018 회계연도 배당금 총액을 전년의 2배 이상으로 늘렸다.

광주신세계는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3천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시가배당률은 1.68%, 배당금 총액은 48억원이다.

2017 회계연도 결산 배당금은 보통주 1주당 1천250원으로 시가배당률은 0.55%, 배당금 총액은 20억원이었다.

광주신세계의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은 2004 회계연도 1천원에서 2005 회계연도 1천250원으로 늘어난 뒤 13년간 변동이 없었다.

광주신세계는 배당공시에 앞서 올해 1월 KB자산운용에 보낸 답변서에서 "배당성향 확대를 비롯해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기업 의사결정에 해명 요구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분을 보유한 현대홈쇼핑에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증대 등을 요구하는 주주 공개서신을 지난 1월 보냈다.

밸류파트너스는 이 서신에서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지나치게 낮다"면서 "최대한 자사주를 많이 매입해 소각하는 것이 주주를 위한 가치창출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사주 공개매수 등을 통해 대규모 자사주를 매입한 후 내재가치가 주가에 반영된 후에는 잉여 현금흐름의 70% 이상을 배당으로 환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자본배분 정책으로 ROE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밸류파트너스는 작년 8월에도 현대홈쇼핑에 불합리한 자본배분 정책과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최고경영자(CEO) 보수 등을 지적하는 주주 공개서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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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관투자자들은 기업 의사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해명도 요구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작년 9월 당시 지분 6.66%를 보유하고 있던 코스닥 상장사 큐리언트의 4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운용사 측은 큐리언트에 보낸 서신에서 "이번 유상증자 결정은 기존 주주의 보유가치를 심각하게 희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할인율 10%와 기타주식 30% 리픽스 조항은 기존 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요소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대 주주인 당사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3자 배정으로 유상증자 참여 기회도 제공하지 않아 당사와의 신뢰 관계, 고객과 수익자의 중장기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큐리언트 측은 "최근 회사 재무현황과 자금 소요계획 등을 고려해 유상증자를 검토했다"며 "최대주주가 공공기관으로 주주배정에 참여하기 어려운 주주 구성을 고려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또 "귀사 측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 희망 여부를 파악하지 못하고 이 안건을 추진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주주 활동 탄력
자산운용사들의 주주 활동 강화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본격화와 맞물려 탄력을 받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자산운용사를 비롯해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주주로서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하는 의결권 행사지침이다.

국내에서는 2014년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2016년 12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기본 7개 원칙을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자산운용사들은 2017년 7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시작으로 잇따라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투자 대상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선언하고 수탁자책임 이행 체계를 구축했다.
'주주환원 강화하라'…목소리 커진 자산운용사

특히 '주주총회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던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게 자산운용사의 주주 활동 강화에 기폭제로 작용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를 공표한 국내 기관투자자는 총 79곳으로 이 가운데 자산운용사는 29곳,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28곳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예정 기관투자자로 등록된 기관투자자도 자산운용사 3곳, PEF 운용사 6곳을 포함해 35곳에 이른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해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의 본격화로 기관투자가의 책임과 역할이 강조될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투자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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