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파업 시 대체근로 등 노동관계법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노동계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지난주 해당 위원회는 한 차례도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탄력근로제 확대와 최저임금제 개편안 논의가 노동계에 휘둘리면서 정부는 물론 여야가 합의한 2월 국회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노총에 휘둘리는 경사노위…사실상 '개점휴업'
‘탄력근로제 확대’ 2월 입법 힘들 수도

탄력근로제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노동시간위)는 당초 지난달 31일 회의에서 ‘최종합의 시도’를 안건으로 예정하고 있었다. 1월 말까지 탄력근로제 관련 논의를 마무리해 그 결과를 국회에 넘기겠다는 당초 계획대로였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회의에 불참하면서 회의는 오는 8일로 연기됐다.

8일 회의에는 한국노총도 참석하기로 했지만 당초 안건이던 ‘최종합의 시도’는 ‘논의시한 연장 여부’로 변경됐다. 사실상 1월 말까지 끝내겠다던 논의 시한은 자동 연장됐다. 외형상 한국노총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관련 논의를 문제 삼으려 해당 위원회를 보이콧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혀 다른 의제를 논의 중인 노동시간위마저 불참하면서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가 지연된 것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탄력근로제는 당장 이달 국회 처리가 공언된 사안이고, ILO 핵심협약 건은 아직 시간이 있는 의제”라며 “그런 면에서 당장 급한 탄력근로제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한국노총의 ‘성동격서(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공격함)’ 전략이 먹힌 셈”이라고 말했다.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확대와 관련해 8일 회의에서 최종합의를 시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거부하면 불가능하다. 11일에도 잠정적으로 회의 일정을 잡아뒀지만 개최 여부는 한국노총에 달렸다. 이렇게 되면 합의안은커녕 공익위원안이 국회로 넘어가는 것도 일러야 이달 중순이다. 여야 간에도 ‘6개월이냐, 1년이냐’를 놓고 이견이 큰 점을 감안하면 이달 중 입법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노동계 반발에…경영계 공익위원 사퇴

ILO 핵심협약 등 노사관계 제도·관행 전반의 개선점을 논의하는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노사관계위)는 파행을 넘어 논의가 ‘올스톱’된 상태다. 지난달 25일 이미 정해진 회의 일정에 따라 경영계 추천 공익위원들이 노동관계법 개정 의견을 밝힌 것이 계기였다. 주 내용은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사업장 내 파업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 등이었다.

공익위원 발표에 반발한 노동계 위원들은 회의장을 떠나 경사노위와 해당 공익위원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결국 부담을 느낀 공익위원 2명이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후 지금까지 회의 개최는커녕 향후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노사관계위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ILO 핵심협약 비준 안건 관련 공익위원안을 낸 것을 끝으로 해산할 공산이 크다.

경영계는 경사노위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당초 노사관계위는 노동계 요구인 ILO 협약 안건과 경영계 요구인 노동관계법 개정 안건을 함께 다루기로 하고 출범한 회의체”라며 “지난해 11월 ILO 협약 관련 공익위원안 발표가 가능했던 것도 이후 경영계 요구사안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위원회 차원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