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 행사 가능성' 관측 속 '속단 이르다' 분석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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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행사 여부를 내일 결정한다.

31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2월 1일 오전 8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주주권을 행사할지와 행사범위를 정한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1.56%를 가진 2대 주주이며,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7.34%를 확보한 3대 주주다.

국민연금이 휘두를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사해임, 사외이사선임, 정관변경,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적극적 주주권행사다.

횡령·배임,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조양호 회장 일가의 일탈 행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강력한 카드다.
국민연금 내일 한진그룹 주주권 결정…'적극적' vs '소극적'
구체적으로 조양호 회장이나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에 대한 이사해임 제안, 사외이사 추천, 횡령·배임 등으로 회사의 손실을 입힌 사람의 임원 자격을 제한하는 정관변경 제안 등의 형태다.

만약 국민연금이 경영 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확정하면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으로 투자기업에 대한 제한적 경영 참여의 문을 연 이후 첫 사례다.

다른 하나는 기존의 찬반 의결권 등 '소극적' 형태의 주주권이다.

오는 3월 열리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는 임기가 만료되는 조양호 대표이사에 대한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있는데, 여기에 반대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은 과거에도 '과도한 연임'을 이유로 종종 반대의결권을 행사했기에 조양호 대표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한 반대의결권 행사 방침은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소극적 주주권행사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많지만,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며 속단하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기금위는 합의의 정신에 따라 표 대결을 하지 않고 토론으로 주주권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격론이 벌어지고 결국 표결로 가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금위는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부 인사 5명, 외부 추천 인사 14명 등 총 20명으로 적극적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의지를 보이는 정부 정책 방향에 공감하는 위원 중심으로 짜였다.

기금위에 오른 안건은 위원 절반 이상 참석에 참석자 과반 찬성이면 통과된다.

여기에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에서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 위법, 탈법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원칙을 천명한 것도 기금위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국민연금 주주권행사 전문그룹인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다수 위원이 애초 예상과 달리 이사해임 등 적극적 형태의 경영 참여형 주주권행사에 반대의견을 낸 게 기금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1차 회의에서 수탁자책임위는 총 위원 9명 중에서 대한항공 경영 참여 주주권행사에 대해서는 찬성 2명, 반대 7명이었고, 한진칼에 대해서는 찬성 4명, 반대 5명이었다.

수탁자책임위는 29일 2차 회의에서도 1차 회의 때와 같이 경영 참여 주주권행사에 반대의견을 그대로 유지한 데다,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에 대한 반대의결권 행사에 관해서도 판단을 유보하는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수탁자책임위에서 반대의견을 낸 위원들은 단기매매차익 반환 등 기금 수익성에 끼칠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폈다.

현재 국민연금은 '단순 투자' 목적으로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자본시장법상 수탁자책임 활동을 하려면 '경영 참여'로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지분 1% 이상 변동 때 5일 이내 신고해야 하고, 6개월 이내 발생한 매매차익은 반환해야 한다.

지분 10% 이상을 보유 중인 대한항공에 대해 경영 참여를 하면 단기매매차익 반환에 100억∼400억원가량이 들 것으로 예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수탁자책임위의 검토의견을 무시하고 기금위가 경영 참여 주주권행사를 밀어붙이면 경영간섭, 관치 시비로 비화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