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광주형 일자리'

광주시-현대車, 투자 협약
지역·기업·근로자, 相生 새 이정표
빛그린산단서 완성차 연산 10만대…현대차 '소형 SUV' 생산기지로

가동까진 '넘어야 할 산' 많아
자동차 공급 과잉 등 극복해야
단체교섭 요구 막을 法근거 없고, 현대車 노조 반발도 변수로

'광주형 일자리' 손 잡은 날…한쪽선 '투쟁'
31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식’에서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장(왼쪽부터)과 이용섭 광주시장,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이 손을 잡고 있다.  /광주=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31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식’에서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장(왼쪽부터)과 이용섭 광주시장,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이 손을 잡고 있다. /광주=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반값 연봉 완성차 공장’을 설립하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광주광역시와 현대자동차는 31일 맺은 투자협약을 통해 직원 평균 초임 연봉을 3500만원(주 44시간 근로 기준)으로 정하고, 사실상 5년간 임금 및 복지 등 근로조건에 대한 별도 노사 교섭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향후 노사상생협의회에서 세부 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불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투자 자금을 끌어오고 자동차 공급 과잉 우려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2021년 하반기 본격 가동

연봉 3500만원·임단협 유예 합의…"6000억 투자금 유치가 첫 과제"

광주시는 이날 광주시청에서 현대차와 정부·지역 관계자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행복한 동행’이란 이름을 단 투자협약식을 열었다.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해 근로자 임금을 낮추는 대신 주택·교육·의료 등을 지원해 실질적인 임금을 높여주는 실험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광주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한국 경제의 체질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사적 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이번 투자협약을 통해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 완성차 생산공장(62만8000㎡)을 짓기로 했다. 이 공장을 경영할 신설법인에 현대차가 투자하는 게 핵심이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신설법인에 자본금 2800억원, 차입금 4200억원 등 총 7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광주시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자본금의 21%인 590억원을, 현대차가 19%인 530억원을 투자한다.

공장은 2021년 하반기 가동에 들어간다. 연간 10만 대 규모의 1000㏄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아토스를 단종한 지 20년 만에 경차시장에 재진출하는 것이다. 현대차가 차량을 주문하면 신설법인이 생산하고, 현대차가 이를 다시 인수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직간접 고용 인력은 1만2000여 명에 달할 전망이다.
연봉 3500만원·임단협 유예 합의…"6000억 투자금 유치가 첫 과제"

광주시는 신설법인이 순항할 수 있도록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투자 규모의 10%에 달하는 보조금을 주고 취득세와 재산세를 5년간 각각 75% 감면해주기로 했다.

양측은 핵심 쟁점이었던 임금과 복지 등 근로조건에도 합의했다. 전체 근로자 평균 초임 연봉은 주 44시간 기준 3500만원 수준으로 정했다. 노사상생협의회가 향후 정하는 세부 임금 및 근로조건은 누적 생산량이 35만 대에 이를 때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사실상 향후 5년간(연 7만 대 생산 시) 임금 및 근로조건에 대한 별도 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임금인상률은 소비자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정하기로 했다. 차입금 조기 상환 등 뚜렷한 경영성과를 낼 경우엔 노사상생협의회가 임금 및 근로조건에 대해 추가 협의한다는 부대조건을 달았다.
현대·기아자동차 노동조합 간부들이 31일 광주시청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기아자동차 노동조합 간부들이 31일 광주시청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재무적 투자자 끌어와야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잡음 없이 굴러가기 위한 과제는 적지 않다. 우선 광주시와 현대차가 체결한 투자협약 자체가 노사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사상생협의회를 구성해 세부 임금 및 근로조건을 정하는 과정에서 지역 노동계가 ‘딴소리’를 할 경우 판이 깨질 수 있어서다.

부족한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다. 전체 자기자본금(2800억원) 가운데 광주시(590억원)와 현대차(530억원)가 넣기로 한 자금 외에 1680억원을 더 확보해야 한다. 차입금 4200억원을 빌려줄 재무적 투자자도 찾아야 한다.

경영이 지속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경형 SUV의 단가가 낮아 수익성 확보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연 10만 대 생산능력으로 회사 경쟁력을 유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조 리스크도 문제다. 현대·기아차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 추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창민/광주=임동률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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