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자영업 리포트
(5) 인건비 부담에 비용 절감 '안간힘'

근로자 위한다는 정부 정책이 오히려 일자리 줄여
"외국인 쓰면 月 70만원 아껴"…불법체류자 고용 늘어
설거지 인건비 줄이려 일회용 종이컵 쓰기도
"직원 1.5명 채용 효과"…점포 키오스크 설치 급증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무인주문기를 설치하는 음식점이 늘고 있다. 서울역 내 한 햄버거 전문점에서 고객들이 무인주문기를 통해 주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무인주문기를 설치하는 음식점이 늘고 있다. 서울역 내 한 햄버거 전문점에서 고객들이 무인주문기를 통해 주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휴수당 지급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이 불법체류자를 고용하거나 무인주문기(키오스크)를 설치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근로자를 위한다는 정부 정책이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일부 자영업자는 가게를 운영하지 않는 시간대에 다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뛰는 ‘투잡족’으로 변신하는가 하면 설거지 양을 줄이려고 스테인리스컵 대신 일회용 종이컵을 테이블에 비치해두는 식당도 늘고 있다.

“불법인 줄 알지만…”

강원 속초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50대 최모씨는 최근 태국인 불법체류자 두 명을 종업원으로 고용했다. 최씨는 “한국 사람을 쓰면 매달 250만원 정도는 줘야 하는데 이 사람들은 180만원 안팎이면 된다”고 말했다.

강원도 주요 관광지에서는 취업 자격이 없는 외국인을 고용하거나 체류 자격이 없는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가게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씨에게 태국인 종업원을 소개해준 주변 상인도 불법체류자를 직원으로 쓰고 있다.

상대적으로 단속이 심한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서울 연남동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는 대만식 실내 포장마차 종업원은 대부분 중국이나 대만에서 온 유학생이다. 유학 비자로 국내에 입국한 학생이 영리 활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네 명의 중국·대만 출신 아르바이트생을 교대로 쓰고 있는 연남동의 한 실내포차 사장은 “불법이란 걸 알지만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며 “한국 아르바이트생은 주말 수당에 주휴 수당까지 챙겨줘야 하지만 유학생들은 그런 요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종업원이 한국말이 서툴러도 손님들이 ‘현지 분위기가 난다’며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종로의 한 고깃집 사장도 “인건비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을 다 자르고 가족끼리 일하고 있는데 너무 힘들어서 외국인을 고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무인주문기 쓰고 남의 가게 알바 뛰고…자영업자 '생존전쟁'

키오스크 업체 ‘나홀로 호황’

외국인과 더불어 자영업자의 인건비 고민을 덜어준 게 무인주문기인 키오스크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인건비 때문에 창업을 망설이는 예비 점주를 위해 키오스크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 매장 수가 가장 많은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롯데리아는 키오스크 설치 매장이 2015년 80곳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0배인 826곳으로 늘어났다. 전체 매장 1350곳의 60%에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키오스크를 통한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200여 개 매장이 있는 KFC는 스키장 야구장 등 특수매장을 제외한 모든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중소 프랜차이즈로 키오스크가 확산되는 추세다. 주스 프랜차이즈 업체 쥬씨는 2017년 10월 2개 점포에 처음 키오스크를 설치했는데 점주들의 반응이 좋자 설치 점포를 95개로 늘렸다. 쥬씨 관계자는 “키오스크 한 대를 설치하면 직원 1.5명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월 최대 300만원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인화가 가속화하면서 키오스크 제작사들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전자금융의 키오스크 관련 매출은 2014년 16억원에서 2018년 1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회사의 키오스크 출하대수(렌털 포함)는 같은 기간 128대에서 3000대로 늘었다.

투잡까지 뛰는 자영업자

동대문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A씨는 점심 시간에 종로구의 한 대형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한다. A씨는 “우리 가게도 점심 장사를 하기 위해 식사 메뉴를 내놨지만 불경기여서 손님이 없다”며 “종업원을 내보낸 뒤 저녁에만 가게를 열고 낮에는 다른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임차료 등을 감당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노원구에서 식당을 하는 B씨는 최근 테이블에 비치된 스테인리스컵을 모두 종이컵으로 바꿨다. B씨는 “인건비 때문에 주방 인원을 줄이는 바람에 설거지가 계속 밀렸다”며 “조금이라도 설거지거리를 줄여보고자 종이컵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한 주점 프랜차이즈는 점주들의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안주 메뉴를 대부분 간편식(HMR)으로 교체했다. 오늘와인한잔 관계자는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는 점주가 많아 메뉴를 간소화했다”며 “조리와 서빙을 한 명이 할 수 있도록 설계한 매장도 곧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훈/고윤상/안효주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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