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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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 '빅3'가 중소형 보험사에 비해 비대면 해약 또는 중도인출에 관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억단위 보험 계약도 보험사 직원과 상담 없이 고객 스스로 해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보험을 중도 해지할 경우 소비자가 납입원금 대비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유의해야 한다.

1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교보생명의 비대면 채널(인터넷 홈페이지·모바일)을 통한 일일 해약 또는 중도 인출 한도(OTP 고객 기준)는 1억~5억원이다. 중소형 보험사의 1000만~5000만원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해약은 말 그대로 보험 계약을 깨는 것을 의미하고 중도인출은 보험 계약을 유지하는 중간에 돈이 필요할 경우 적립돼 있는 준비금에서 일부를 먼저 찾아 쓰는 개념이다.

만기 이전에 보험을 깨면 돌려받는 금액이 납입한 원금에 훨씬 못 미친다. 그럼에도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해약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특히 무해지·저해지환급형 상품은 약관이나 상품설명서에 만기 전 해약 시 환급금이 아예 없거나 적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하지만 표준형 상품 대비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환급금 설명이 다소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소비자들이 보험 가입 시 긴 약관의 내용을 제대로 읽지 않는 행태도 해약 후 민원을 야기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생명은 홈페이지를 통해 일일 최대 5억원까지 해약 또는 중도인출이 가능하며 모바일에서는 같은 한도로 중도인출을 제공하고 있다. 교보생명의 경우 홈페이지에서만 최대 1억원까지 해약 및 중도인출이 가능하다.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일 한도 기준으로 신한·흥국·하나생명 5000만원, 오렌지라이프 3000만원, NH농협생명 1000만원 수준인 것과 비교된다.

한화생명도 지난달 말까지는 인터넷과 모바일 창구에서 일 한도 1억원까지 해약 및 중도인출이 가능했으나 이달부터 해당 한도를 대폭 낮추기로 결정했다.

처리 한도 변경 이후부터 모바일에서는 해약 또는 중도인출이 불가능하고 인터넷에서만 각각 2000만원 한도까지 가능하다. 한도 금액 이상의 해약 또는 중도인출은 고객센터 내방 또는 콜센터를 통해서 할 수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해약 및 중도인출로 인해 우려되는 고객의 보장 소멸 또는 축소 부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처리 한도를 변경하기로 했다"며 "한도 하향 조정으로 고객들이 다소 불편할 수는 있지만 급하게 해약 후 민원이 발생하는 상황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급전이 필요해 보험을 해약하거나 중도인출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험사가 보험을 해약한 고객에게 지급하는 해지환급금은 지난 2015년 18조원을 돌파한 이후 매년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보험사의 해지환급금은 19조1019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4분기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으나 지금 추세대로라면 2017년 22조1086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해약이나 중도인출 한도는 업계에서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 보험사가 특성에 따라 제한하는 것이기에 차이가 있다"며 "보험은 만기까지 계약을 유지하지 못하고 중간에 깨면 가입자가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