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독일 인더스트리4.0이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때 일본의 움직임이 궁금했다. 당시 일본은 특별한 무엇이 없었다. ‘연결의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4차 산업혁명이 일본을 비껴갈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4차 산업혁명에선 한국이 일본보다 앞서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착각이었다. 일본은 산업 현장과 바닥으로부터 기술혁명이 이뤄지고 있다.

전통적 제조 선두기업과 자동화 설비 제조기업,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오랜 침묵을 깨고 섬세한 무기들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도쿄의 국제전시장 빅사이트에서 일본이 그간 흘린 땀과 노력이 상당했을 것이란 사실을 생생하게 확인했다.

그중에는 화낙의 필드시스템, 야스카와의 I3시스템, 덴소의 소형 협업로봇, 미쓰비시, 후지쓰, 야마하 등은 물론 전통 제조기업의 변신과 스마트한 신기술이 돋보였다. 일본의 모든 기업이 이제 사물인터넷(IoT)으로 무장하고 있는 듯했다. 개념적 거품이 사라지고 점차 구체적인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로봇을 이용한 스마트화의 응용 예는 말할 것 없고, 공장 내부의 물류를 획기적으로 지원하는 AGV와 다양한 응용이 현장에서 구현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웨어러블 관련 기술 발전도 다양하고 꾸준해 작업자의 편의성과 안전, 생산성을 올려주는 기술로 이어지고 있었다. 한국에서 보던 그것들과 대조적이란 것을 확인했다. 이런 모든 것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도 등장했다. 화낙의 필드시스템이 그 예다. 본래 GE의 프레딕스, 지멘스의 마인드스피어로 대표되던 것이 드디어 일본 기업에서도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됐다. 국내에도 삼성, LG, SK의 시스템통합(SI) 기업이 스마트공장 솔루션을 공급하려는 노력은 하고 있지만 일본처럼 현장에서 올라온 기술이 아니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현실감이 종종 부족하다. LS산전과 같은 기업이 일부 현장 경험을 토대로 솔루션을 개발하고 한화테크윈, 현대위아, 두산로보틱스 등이 땀을 흘리고 있지만 일본 모노스쿠리를 기본으로 만들어내는 스마트공장 기술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독일의 인더스트리4.0으로 대표되던 4차 산업혁명이 일본에서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