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민연금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면서 사실상 상전 노릇을 하려 한다.”(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선의로 개입하더라도 결과는 부정적일 수 있다. 결국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범위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가가 국민연금을 통해 개별 기업의 경영권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저해하고 장기적으로 수익률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구조를 탈(脫)정치화하고 경쟁력 있는 운용 역량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조언했다.수탁자책임위, 개별 기업 분석 역량 있나양준모 교수는 30일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 개입: 문제점과 대안’ 세미나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 운용의 전략과 방향을 설정하는 곳이지 회사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곳이 아니다”며 “정부가 기업 경영권에 마음대로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세미나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재완)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했다.양 교수는 수탁자책임의 정의부터 다시 짚어봐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는 명목으로 작년 7월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도입했다. 이를 근거로 설립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이사 해임, 정관 변경 등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 여부를 논의 중이다.양 교수는 “수탁자책임은 수탁자가 행사하는 권한이 아니라 국민에게 약속하는 의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기금 운용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는데 만약 수탁자책임을 다하도록 한다면 국민이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국민연금 이사장을 해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위는 개별 기업의 사정을 연구할 조직과 예산이 없다”고도 했다.대한항공 사례와 관련해선 “대주주 일가의 비도덕적 행태로 주가가 흔들렸다지만 경영진의 도덕성과 능력 부족 문제인지, 다른 요인 때문인지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은 결과적으로 펀드들의 놀이터를 마련해주는 꼴”이라며 “펀드의 선동과 정치 세력의 결탁으로 기업 가치 제고보다 단기적 시세차익을 노리는 펀드들이 (주가 흐름에) 개입할 여지가 커진다”고 말했다.“탈정치화가 우선 과제”현재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구조로는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국민연금의 독립성·투명성부터 제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주진열 교수는 “기관투자가의 개입이 피투자기업 이익 증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막연한 추측이자 기대”라며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가 극히 복잡한 시장환경을 모두 정확하게 파악할 순 없기 때문에 선의로 개입하더라도 결과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주 교수는 “국민연금의 지배구조상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투자 역량까지 취약해진다”며 “정치적 고려에 의한 의결권 행사는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부적절하게 개입해 기업 가치가 추락하더라도 가입자들은 가입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며 “국민연금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인 만큼 정부가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대한항공 항공편을 이용하는 경우 프레스티지 항공권을 무상 지원 받는다. 대한항공은 박항서 감독과 ‘엑설런스 프로그램’ 협약을 맺었다고 30일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은 2006년부터 스포츠, 문화예술 등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과 리더십을 발휘해 국민들의 자긍심과 국가 인지도를 높인 인사들에게 지원한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 2017년 베트남 축구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편견 없는 선수기용과 승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불어 넣는 특유의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2018 아세안 축구연맹 스즈키컵 우승과 2018 아시안게임 4강 진출을 이뤄내 베트남 축구 역사도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엑설런스 프로그램을 통해 유승민 IOC 선수위원과 이상화, 정재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박성현 골프 선수, 정현 테니스 선수, 차준환 피겨스케이팅 선수 등을 후원하고 있다. 인천공항=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
NH투자증권은 30일 대한항공에 대해 국민연금 및 행동주의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재무구조 개선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4만1000원을 유지했다.이 증권사의 정연승 연구원은 "주요 투자자들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로 비영업자산이 매각될 경우 7627원 주당순자산가치(BPS)가 추가로 개선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비영업자산으로 알려진 토지 3곳의 장부가 합산 규모는 5970억원 수준이다. 예상 매각가치는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주요 투자자들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정 연구원의 판단이다.다만 재무구조 개선 방향성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봤다. 정 연구원은 "사실 대한항공 주가의 핵심은 재무구조 개선 방향"이라며 "국민연금 및 KCGI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재무구조 개선 속도에만 영향을 주는 이벤트이며 재무구조 개선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