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4년 만에 부활을 추진 중인 종합검사에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 종합검사가 특정 금융회사에 대한 보복성 및 저인망식 검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금융위가 ‘금감원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당초 30일 예정된 금융위 정례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던 금감원 종합검사 계획안이 다음달로 연기됐다. 금감원이 사전 제출한 계획안에 금융위가 보완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과 협의가 마무리되면 다음달 20일 정례회의에 금감원 종합검사 계획안이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종합검사는 수십 명의 금감원 인력을 투입해 금융회사의 경영 상태와 법규 준수 여부를 샅샅이 조사하는 방식의 검사다. 금융회사들의 수검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2015년 폐지됐지만 윤 원장이 지난해 7월 금융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부활을 선언했다. 금감원은 당초 이달 말까지 대상을 확정한 뒤 오는 3월 초부터 종합검사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위는 종합검사가 보복성 및 저인망식 검사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금감원에 계획을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대상 금융사 선정 기준과 검사 항목도 외부에 공개하라고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검사는 금감원 고유 권한’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나 금융위와의 이견으로 종합검사 자체가 무산되면 안 된다는 윤 원장의 판단에 따라 금융위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다음달 중순께 각 금융권 협회를 통해 종합검사 선정 기준과 검사 항목을 공개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금감원은 이런 내용을 반영해 계획안을 제출했지만 금융위는 또다시 제동을 걸었다. 은행과 보험뿐 아니라 금융투자, 카드, 저축은행 등 모든 업권에서 검사 대상을 선정하겠다는 금감원 계획에 퇴짜를 놓은 것이다. 금융위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회사를 선정해 검사하는 ‘유인부합적’ 종합검사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상정이 연기되면서 금감원의 종합검사 시점도 4월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금감원 일각에선 금융위의 잇단 종합검사 제동이 금융위와 사사건건 대립하는 금감원을 길들이려는 차원으로 풀이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종합검사 계획은 금융위 승인이 아닌 단순 보고 안건임에도 금융위가 계속 보완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다만 금융위 지적에 따라 일부 업권은 종합검사를 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