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계 2위 알루미늄 회사인 루살 등 3개 러시아 기업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다. 미국 대선 개입 시도 등과 관련해 작년 4월 제재 대상에 올린 기업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가 확대되고 있지만, 국제 알루미늄 시장의 불확실성은 해소될 전망이다.

미 재무부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기업인 올레그 데리파스카가 관련된 루살, 루살의 모기업인 EN+그룹, 전력회사 유로시브에너고JSC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데리파스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트럼프 대선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폴 매너포트와 사업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2016년 미 대선 개입 시도, 사이버 공격 등과 관련해 작년 4월 제재를 받았다. 그가 지배하는 루살 등에도 제재가 가해졌다.

데리파스카는 미 재무부 요구대로 그동안 관련 기업 지분을 50% 미만으로 낮추고 미국인, 유럽인 등의 독립 이사로 이사회 과반수를 채웠다. 이에 따라 재무부가 제재를 푼 것이다. 다만 데리파스카 개인에 대한 제재는 유지된다.

미 민주당은 로버트 뮬러 특검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을 조사하는 상황에서 제재 완화는 부적절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해제 동기가 의심스럽다며 이번 결정에 반대해왔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데리파스카가 가족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활용해 회사를 통제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로 세계 알루미늄 가격은 하향 안정될 전망이다. 루살은 세계 수요의 약 6%를 공급해왔다. 작년 4월 루살에 대한 제재가 발표된 뒤 알루미늄 값은 t당 2000달러 수준에서 며칠 만에 30% 오른 2600달러로 급등했다. 다만 미 재무부는 제재 조치를 시행하지 않고 계속 유예해왔다. 독일 프랑스 등 루살에서 알루미늄을 공급받아온 유럽 동맹국들이 제재에 우려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값은 꾸준히 t당 2000달러 안팎을 유지하다가 작년 말 미 재무부가 제재 해제를 예고한 뒤 급락해 현재 t당 1800달러 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