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하고, 창업 원스톱 지원…기업 '주특기' 살린 사회공헌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저소득층에게 성금을 기부하는 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들의 주력 업종, 전문 분야와 연계해 젊은 창업자와 사회적 기업을 지원한다. 각종 사회봉사 단체와 협업해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다양한 활동으로 일자리 문제, 교육 불평등, 환경오염 등 사회 문제 해결에 힘쓰겠다는 취지다.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점점 중요해지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이들이 CSR을 주요 과제로 삼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발간한 ‘2018 사회공헌 백서’에 따르면 2017년 229개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이 사회공헌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총 2조6689억원에 달한다.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수록 소비자로부터 인정받고 더 크게 성장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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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사회적 기업 키우는 대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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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은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친환경·사회적 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LG소셜캠퍼스 아래에 창업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친환경·사회적 기업을 창업하려는 대학생들을 지원한다. 대학생들은 기자재가 갖춰진 사무공간을 지원받고 법률, 마케팅, 리더십, 사업관리 등에 관한 실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LG그룹은 지원 규모를 더욱 늘릴 방침이다. LG전자는 LG화학과 함께 2021년까지 4년간 총 160억원을 투입해 LG소셜캠퍼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친환경 분야 사회적 기업들이 성장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금융과 컨설팅, 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사회적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금융 지원에 신경 쓰고 있다. LG소셜캠퍼스는 기업들의 성장 단계에 따라 최대 5000만원을 무상 지원한다. 대출은 최대 1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대출 상환 원금은 친환경분야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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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사회공헌 전문 재단인 ‘행복나눔재단’을 통해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재단은 8개 사회적 기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18 행복얼라이언스 협약식’을 열어 SK하이닉스, SK텔링크, SM엔터테인먼트,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35개 기업과 아동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행복얼라이언스는 2016년 결성된 사회공헌 연합체다.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과 자원·역량을 결합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목표다. 결식 이웃에 공공급식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행복도시락’과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방과후학교 사회적 기업인 ‘행복한학교’를 통해 아동의 영양 개선과 교육의 질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SK그룹은 또 2012년 사회적 기업가 양성을 위해 KAIST와 함께 ‘사회적 기업가 경영대학원(MBA)’ 2년 전일제 과정을 개설했다. 졸업생의 86%가 창업했고, 이 가운데 10개 기업은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주특기’ 살린 사회공헌활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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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업종과 전문 분야를 연계해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들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10년부터 저소득층 창업 희망자에게 차량을 지원하는 ‘기프트카 캠페인 시즌9’을 운영하고 있다. 창업을 원하는 기초생활수급권자 및 차상위계층을 선발해 현대차 포터와 스타렉스, 기아차 모닝, 레이, 봉고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원 대상자는 현대차그룹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창업 컨설팅 업체 등이 공동 심사해 선정한다. 선정된 이들에게는 취득·등록세와 보험료를 비롯해 500만원 상당의 창업 자금도 제공한다. 2박3일의 집중 창업교육과 전문 창업 컨설턴트의 현장 컨설팅, 마케팅 지원도 이어진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1~2016년 창업용 차량을 지원받은 이들의 연간 소득은 지원받기 전보다 평균 1668만원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창업 보육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 스퀘어’를 통해 모바일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스퀘어는 모바일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 또는 제품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사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선발된 벤처 창업자 또는 디자이너에게는 최대 1억원의 지원금과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 전용 업무 공간을 제공한다.

외국으로 뻗어가는 사회공헌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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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사업 영역이 해외로 확장되면서 외국에서 하는 사회공헌 활동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SK그룹은 ‘어린이에게 웃음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1996년부터 베트남에서 안면기형을 가진 어린이들에게 무료 수술을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로 새 삶을 얻은 어린이는 4000여 명에 이른다. 34억여원의 수술비는 SK그룹이 전액 지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베트남의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했다. SK이노베이션과 베트남 정부, 유엔환경계획(UNEP)이 짜빈성 지역 일대에 약 8만㎡ 규모의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다. 여기에는 맹그로브 묘목 약 2만5000그루가 투입됐다. SK이노베이션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데 그치지 않고 숲 복원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사회적 기업도 설립키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도 해외에서 폭넓은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단순한 봉사활동에 그치지 않고 건설기술 노하우 전파, 청소년 교육 지원 등을 통해 글로벌 사회공헌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현대건설이 운영 중인 건설 업계 최초 기술교류형 해외 봉사단 ‘H-CONTECH 봉사단’이 주목받고 있다. 봉사단은 지난해 8월 베트남 하노이와 하이퐁 지역에서 초·중 아동 교육봉사, 현대건설의 스마트 건설 기술 전수 등의 활동을 했다.

기부·봉사활동도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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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인 기부와 임직원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말 ‘이웃사랑 성금’으로 500억원을 조성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주요 계열사들이 모금에 참여했다. 성금은 청소년 교육 지원, 취약계층 의료보건 여건 개선, 장애인 복지 증진, 다문화 가족 지원 등에 쓰인다.

삼성은 1999년부터 사회 취약 계층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을 기탁했다. 연간 100억원으로 시작한 기탁 금액은 해를 거듭할수록 확대돼 2012년부터 연 5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까지 누적 기탁금은 5700억원에 이른다.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봉사활동도 활발하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부터 조직문화 핵심활동에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나눔문화’를 포함해 임직원의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후 LG유플러스 임직원들의 봉사 참여도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임직원 봉사시간은 1만5121시간으로 전년보다 172%가량 증가했다. 참여 인원은 연간 누적 기준 3881명을 기록했다.

팀 단위로 참여하는 1일 봉사활동, 시각장애인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 등 다양한 사내 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다. 지방에서 근무해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웠던 임직원들을 위해 봉사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자율적으로 봉사활동을 계획하면 예산을 지원하는 등 제도적으로도 신경을 쓰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