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서민 지원, 세금사용 어디가 옳은가

수송 에너지 시장이 빠르게 전기로 바뀌는 중이다. 그간 휘발유, 경유, LPG, 천연가스 등으로 구분된 화석연료 중심의 수송 에너지 시장에 '전기(Electric)'가 새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미세먼지를 내뿜는 화력발전소 중심으로 전기를 만들어 공급하지만 1차 에너지 상태에서 바퀴로 전달되는 에너지 총 소비효율이 기름보다 높다는 이유로 각종 지원이 모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전기차 지원 방안은 직접적인 구매 보조금 지급이다. 비록 전년 대비 300만원 줄었지만 환경부 지원금 900만원(승용차 기준)과 자치단체 보조금, 등록 과정에서 세금 감면 등을 모두 망라하면 2,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나아가 이동에 필요한 전기 에너지 비용은 올해 말까지 50% 할인된 ㎾h당 173원에 공급된다. 추가로 매월 부과돼야 하는 기본 요금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면제다. EV 구매 지원 규모만 보면 한국이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런데 EV에 집중된 지원을 두고 여러 논란도 제기된다. 친환경이라는 측면에서 모든 국민들의 세금을 개인 및 기업 구매자에게 일괄 지원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가를 묻는 질문이다. 특히 EV 구매자 대부분이 내연기관을 보유한 상태에서 추가 구매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세금 지원에 보다 공공의 가치가 포함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물론 제주도 등 일부 자치단체는 전기차 구매 지원 조건으로 내연기관 대체를 내걸었지만 그렇다 해도 구매자의 상당수는 전기차 외에 내연기관차를 보유한 경우가 많다.
[하이빔]보조금, '자동차 vs 연료' 어디에 집중할까

현재 친환경차라는 이유로 세금이 지원되는 이동 수단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배터리 전기차, 수소 전기차, LPG차 등이다. 대기환경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놓고 지원 액수가 달라진다. 또한 LPG를 제외한 나머지 동력은 오로지 전기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구매 과정에서 개별소비세와 취득세 등의 세금도 일부 감면된다. 반면 LPG는 15인승 어린이 통학버스와 1t 소형 화물 트럭에 한정돼 보조금이 주어진다. 그러나 지원 규모는 전기차와 비교조차 되지 못할 정도에 머문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최대 2,400만원(세금 감면 포함) 가량 지원되는 배터리 전기 승용차의 지원 규모는 4만2,000대다. 반면 대당 400만원 지원되는 1t LPG 소형 트럭 구매 지원 대상은 950대에 머물고, 500만원이 지원되는 어린이 통학버스 LPG 전환 대상은 2,272대가 고작이다. 그나마 1t 소형 LPG 트럭은 올해 3,000대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생계형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이동 수단임에도 전기 승용차와 비교할 때 여전히 규모는 턱없이 적은 셈이다.

비단 이런 논란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독일은 6만유로 이상 전기차는 아예 지원하지 않는다. 또한 개인이 구매하는 경우라면 보조금도 적다. 대신 전체 국민이 이용하는 공공성을 따져 지원 대상을 정한다. 대중교통에 투입되는 이동 수단의 전동화를 지원하고, 노후 경유차 도심 진입 제한처럼 운행 거리가 많은 내연기관차 운행 억제에 세금을 투입한다. 이외 프랑스와 영국 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동 수단의 특수성보다 친환경 에너지에 보다 지원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그래서 국내도 지원 대상을 바꾸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금은 이동 수단에 지원이 집중돼 있지만 사실 자동차를 포함한 이동 수단은 에너지를 이용해 동력을 만드는 것이어서 '에너지'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게 보다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이 경우 에너지의 친환경성, 그리고 서민 지원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모두 넣을 수 있다는 논리다. 제 아무리 뛰어난 이동 수단이라도 '연료'라는 밥을 먹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는 고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