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한계를 뛰어넘은 264년 기록의 시간
1755년 장-마크 바쉐론이 설립한 바쉐론콘스탄틴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시계 제조사다. 264년간 쌓아온 기술력은 다른 워치메이커들도 인정할 만큼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폴레옹이나 순종 등도 이 시계를 사용했다. 매년 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에서 바쉐론콘스탄틴은 올해도 야심작을 공개했다. 4년여간 개발한 컴플리케이션 워치 ‘트윈비트’, 오랜 시간 수작업으로 완성한 ‘캐비노티에’ 등이다.

4년 개발한 혁신적 ‘트윈비트’ 공개

바쉐론콘스탄틴의 트윈비트는 이름 그대로 두 개의 비트(진동수)를 선택할 수 있는 시계다. 높은 진동(5㎐)과 낮은 진동(1.2㎐) 중 선택해 시계를 구동할 수 있다. 둘 중 뭘 택해도 시간은 정확히 알려준다.

이렇게 비트를 두 개로 쪼개 시계를 만든 건 파워리저브 때문이란 설명이다. 높은 진동은 파워리저브(손목에서 풀렀을 때 시계가 멈추지 않는 시간)가 4일이지만, 낮은 진동으로 바꾸면 최대 65일까지 시계가 멈추지 않는다. 65일의 긴 파워리저브 기능을 갖췄지만 두께는 12.3㎜에 불과하다.

예술의 한계를 뛰어넘은 264년 기록의 시간
트윈비트 진동 수를 바꾸려면 8시 방향에 있는 버튼(푸셔)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시계 무브먼트(동력장치)의 진동 수를 조절하면서도 정확한 시간을 구현한다는 점, 점핑 매커니즘(날짜, 시간이 점프하듯 순식간에 바뀌게 하는 기능)을 갖췄지만 무브먼트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계 마니아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제품이다. 바쉐론콘스탄틴의 워치 메이커들이 수작업으로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1년에 3~4개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가격은 2억원대.

예술시계의 끝판왕 ‘캐비노티에’

바쉐론콘스탄틴의 기술력은 예술적 측면에서도 두드러진다. ‘캐비노티에’라고 부르는 바쉐론콘스탄틴의 예술 시계들은 18세기 제네바의 시계 공방 이름에서 유래됐다. 당시 공방들은 햇빛이 잘 들어오던 건물 맨 위층을 뜻하는 ‘캐비닛(cabinet)’에 자리를 잡았었다. 이곳에서부터 시작한 예술 시계들을 ‘캐비닛’에서 유래한 ‘캐비노티에’로 이름지은 것이다.
예술의 한계를 뛰어넘은 264년 기록의 시간
올해 SIHH에서 공개한 캐비노티에는 나무 조각을 활용한 동물 모양의 다이얼이 특징이다. 호랑이와 판다가 살아움직이는 듯한 동작을 수백 개의 나무 조각으로 표현했다. 캐비노티에 ‘임페리얼 타이거’와 ‘머제스틱 타이거’는 호랑이와 바위를 양각으로 각인(인그레이빙)하는 기법을 썼다. 배경과 나뭇잎은 물결치듯 손으로 섬세하게 커팅(마르퀘트리)하는 기법을 사용했다. 또 호랑이가 성큼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매트한 마감, 폴리싱, 새틴 브러싱 등 다양한 기법을 번갈아 사용하는 ‘트롱프뢰유’ 기법도 적용했다. 다이얼을 제작하는 데만 60시간이 걸려 숙련된 장인만이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게 시계업계 설명이다.

캐비노티에 시계 다이얼은 아주 작고 정교한 나무 조각을 일일이 붙여 제작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형되지 않는다. 임페리얼 타이거의 바위 배경에만 200개 이상의 나무 조각이 쓰였다. 머제스틱 타이거의 나뭇잎과 판다 다이얼에도 각각 130조각, 300개 이상의 조각이 들어갔다. 표현하려는 무늬에 따라 나무 종류도 스무 개 이상을 사용했다. 올해 나온 캐비노티에 시계들은 모두 2억원대.

VIP 위한 ‘아틀리에 캐비노티에’ 서비스

예술의 한계를 뛰어넘은 264년 기록의 시간
바쉐론콘스탄틴은 캐비노티에 기술력으로 소비자 맞춤형 시계도 제작하고 있다. ‘아틀리에 캐비노티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 소재 크기 기능 등에 맞춰 단 한 개의 시계를 맞춤 제작해주는 바쉐론콘스탄틴만의 최고급 서비스다.

숙련된 장인들이 초우량고객(VIP)을 찾아 각 나라로 출장을 가서 제작 의뢰를 받는다. 기존에 바쉐론콘스탄틴에 있던 시계와 비슷하게 제작할 수도 있고, 아예 없었던 새로운 시계를 만들 수도 있다. 어떤 기술과 소재를 썼는지에 따라 제작 기간도 달라진다.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가격도 당연히 천차만별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