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가 인력 조정에 들어갔다. 현지 1~3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이직을 권유하고, 공장 가동률에 따라 인력을 전환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국 자동차 판매량 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베이징현대가 공장 가동률이 50%대로 떨어지자 사실상 감원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中 판매부진 후폭풍…베이징현대, 인력 조정 착수
25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베이징현대는 최근 직원들에게 스스로 회사를 떠나면 한 달치 월급에 ‘근무 연수+1’을 곱한 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사실상 희망퇴직을 권유한 것으로, 소규모 감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현지 경제신문인 차이신은 올 1분기 베이징현대의 베이징 3공장에서만 1500명의 유휴 인력이 생길 것으로 회사 측이 예상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감원을 유도하는 절차에 들어갔다고 해석했다.

베이징현대는 베이징 1~3공장 소속 직원들에게 창저우 4공장과 충칭 5공장으로 옮기면 5000위안(약 83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중국 내 1~5공장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인력 전환배치에 들어간 것이다. 베이징현대 관계자는 “공장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춘제(春節·설) 연휴 기간 전후로 생산 물량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원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재취업을 지원하는 보상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현대가 인력 조정에 나선 이유는 현지 판매량 급감 탓이다. 판매량이 줄면서 공장 가동률이 50%대로 떨어져 유휴 인력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2002년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지분 50 대 50 합작사인 베이징현대를 세웠다. 베이징현대는 중국에 베이징 1~3공장, 창저우 4공장, 충칭 5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승용차 생산능력은 165만 대에 달한다. 상용차를 생산하는 쓰촨 공장까지 합치면 연 181만 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베이징현대는 2013년부터 4년 연속 100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판매량이 78만500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도 79만 대를 파는 데 그쳤다. 2014년 4위였던 베이징현대의 현지 승용차 판매량 순위도 지난해 9위로 밀려났다. 기아자동차의 합작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도 옌청 공장(연 89만 대)을 가동 중인데, 지난해 판매량이 2016년(65만 대)의 절반 수준인 37만 대에 그쳤다.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말부터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 일부를 동남아시아 등지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재고를 털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업계는 현대·기아차가 단시일 내에 중국 판매량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기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소비마저 얼어붙고 있어서다. 지난해 중국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6.0% 감소한 2272만 대였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역성장한 것은 28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도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는 게 업계 예상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