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국내 포장김치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지켜오고 있는 브랜드는 대상의 '종가집 김치'다. 대상은 1987년부터 김치사업을 하던 종가집을 2006년 두산으로부터 인수한 뒤 본격적으로 김치 사업에 뛰어들었다. 소비자 대부분 '사먹는 김치'하면 떠올리는 브랜드가 '종가집 김치'일 정도로 꾸준히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왔다.

대상이 '종가집 김치'로 포장김치 시장을 개척한 이후 국내 포장김치 시장은 급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2015년 1370억원이던 포장김치 시장 규모는 2016년에 1689억원까지 늘어난 뒤 2017년에는 2011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포장김치 출시 초기만 해도 김치는 집에서 담가먹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간편하게 맛 좋은 김치를 사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사진=비비고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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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수요가 늘기 시작하자 대상에 이어 동원F&B, 풀무원, 한울농산 등 여러 식품업체들이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나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종가집 김치를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종가집 김치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포장김치 시장점유율은 2013년 8.3%에서 2016년 19.8%로, 2017년 28.1%에서 2018년 상반기에는 31.4%로 수직 상승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35%포인트 나던 격차가 16%포인트로 좁혀졌다. 지난해 10월에는 점유율 차이가 10%포인트 이하로 떨어졌다. 대상이 안심할 수 없는 수준까지 치고 올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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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 종가집 김치를 바짝 따라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CJ제일제당은 이미 2000년부터 김치 브랜드 '햇김치' 론칭을 시작으로 포장김치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모인 '김치 박사' 고(故) 김만조 여사가 연구개발에 기여할 정도로 회사 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였다. 이후 2007년 '하선정 종합식품'을 인수하면서 김치 사업을 확장했지만 수년간 점유율은 10% 수준을 맴돌았다.

그러다가 김치 사업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3년전 '비비고 김치'를 출시하면서부터다. 당시 CJ제일제당은 기존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전략 대신 고급 원재료를 사용해 제대로 담근 프리미엄 김치로 제품을 포지셔닝했다.

'비비고 김치'에서 가장 신경쓴 부분은 원재료였다. '제대로 담근 한식김치'를 구현하기 위해 100% 천일염, 고춧가루, 국내산 배, 하선정 명품 덧장 액젓 등을 넣어 원재료의 차별화에 특히 중점을 뒀다. 김치 종류에 따라 액젓과 육수를 달리해 최적의 양념 배합을 적용했다.

또한 김치발효용 유산균을 구입해 사용하는 다른 업체와 달리 특허받은 유산균(CJLM119)을 직접 배양해 균이 살아있는 상태 그대로 김치에 주입했다. 이 공정을 통해 김치가 맛없는 시기에도 한겨울 김치처럼 톡 쏘는 탄산감과 시원한 맛을 내도록 했다.

여기에 금방 발효되는 김치 특성을 고려해 특수 포장 기술을 도입했다. 김치의 맛을 최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특수 설계한 투명 누름판으로 김치를 국물에 잠기도록 해 효모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도록 했다. 과거 선조들이 김치독을 땅 속에 묻어 보관하고 유산균의 활발한 번식을 돕기 위해 무거운 돌을 위에 얹어 김치가 국물 속에 푹 잠기도록 했던 지혜를 포장에 응용했다.

용기 입구에는 발효가스 배출 및 국물 누액을 방지해주는 신소재인 멤브레인 필터와 산소 유입을 방지하는 일방형 밸브를 하나로 결합한 필름을 사용해 김치 신선함을 유지하도록 했다.

약 1년간의 연구를 통해 개발된 이 항아리형 포장용기는 2017년 권위 있는 국제 어워즈로 꼽히는 '듀폰 포장 혁신상'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 발효식품을 제어하는 기술로 듀폰 포장 혁신상을 수상한 것은 비비고 김치가 최초다. 이 용기는 1~2인 가구 증가추세에 따라 소포장, 편의성, 맛 등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면서 더욱 인기를 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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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비비고'라는 브랜드 파워 역시 소비자 인지도 확대에 큰 기여를 했다. 비비고는 CJ제일제당이 2013년 한식의 가치와 우수성을 글로벌 시장에 알리기 위해 선보인 한식 통합 브랜드다. 대표 제품인 '비비고 왕교자'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되자 같은 비비고 브랜드에서 출시한 '비비고 김치'는 소비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이같은 요인으로 CJ제일제당의 김치 점유율은 단숨에 40%대까지 올라섰다. 수십년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던 종가집 김치를 턱 끝까지 추격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포장김치 시장의 1위 자리가 바뀔지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비비고 브랜드를 기반으로 소비자 인지도를 확대하고, 매대에서의 다양한 프로모션 활동을 통해 점유율을 키웠다"며 "여기에 가정간편식(HMR) 열풍이 불면서 김치를 구매해 먹는 소비자가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시장에서의 1등 목표'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김치 세계화'라는 더 의미 있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영상=조상현 한경닷컴 기자 doytt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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