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억 손실에도 115억 배당한 외국계 주류업체
세계 2위 주류회사 페르노리카의 국내 법인이 지난 22일 위스키 임페리얼의 매각을 발표하면서 또다시 외국계 주류회사의 ‘고배당 잔치’ ‘먹튀 경영’ 논란이 일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지난해 약 35억원의 순손실을 내고도 프랑스 본사에 115억원을 배당했다. 그러면서 제3의 국내 신설법인인 드링스인터내셔널에 임페리얼 브랜드 판권을 매각하고, 이달 말까지 221명인 직원을 94명으로 줄인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임페리얼 사업의 경영 실패 책임을 전적으로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본사에는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이중적인 경영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이 본격적으로 실적이 나빠지기 시작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배당금으로 챙겨간 돈은 926억원. 2012년 유상감자(583억원)와 또 다른 국내법인인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배당금(371억원)까지 합치면 7년간 국내에서 챙겨간 돈은 1880억원이다.
35억 손실에도 115억 배당한 외국계 주류업체
외국계 주류업체 ‘먹튀 경영’

페르노리카는 국내에 법인이 두 개다. 페르노리카코리아(PRK)와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PRKI)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PRK는 발렌타인, 로얄살루트, 멈, 앱솔루트 등 글로벌 브랜드를 국내에 유통·판매하는 회사다. PRKI는 국산 위스키 브랜드 임페리얼을 도맡아왔다. PRK는 프랑스 본사의 아시아 법인인 페르노리카아시아가, PRKI는 지주사인 얼라이드도멕홀딩스가 각각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페르노리카 국내 법인 실적은 2010년 이후 계속 감소했다. 2010년까지 3500억원을 웃돌던 매출은 2017년 2000억원 아래로 추락했다. 임페리얼의 실적이 특히 악화했다. 한때 2000억원대 매출로 페르노리카 한국법인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던 임페리얼은 지난해 820억원, 영업이익 48억원을 내는 데 그쳤다. 순손실은 35억원이 났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을 둘로 쪼개 돈 되는 브랜드는 PRK가 전담하고, 실적이 악화되는 PRKI 조직은 몇 년간 버려둔 채 매각 작업에만 몰두해왔다”고 지적했다.

페르노리카는 2014년 국세청으로부터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아 1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이 났는데도 220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주류시장 침체에 투자 환경도 위축

페르노리카는 국내 실적이 악화될 때마다 직원을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14년 직원 30여 명을 내보냈고, 2015년에도 50여 명을 줄였다. 올해 130여 명 감원이 예정돼 있다. PRKI는 지난해부터 매각설이 불거졌지만 적당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판권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위스키업계 한 관계자는 “발렌타인 브랜드는 지난해부터 이정재 정우성 등 톱스타를 모델로 내세워 대대적 광고를 하는 등 실적 개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국산 위스키 브랜드인 임페리얼은 수년째 버려둔 채 배당금만 가져간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 위스키 시장이 갈수록 침체되면서 더 이상 투자할 기회를 찾지 못하자 어쩔 수 없이 주주배당을 확대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외국계 주류 회사의 고배당 관행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진출한 매출 상위 500대 외국계 기업들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 평균은 75%(2017년 기준)다.

주주가치 제고 내세워 배당금 ‘꿀꺽’

세계 1위 주류 회사인 디아지오의 한국 법인인 디아지오코리아는 2015~2018 회계연도까지 평균 배당성향이 160%에 달했다. 오비맥주도 2014년 모기업 AB인베브가 사들인 뒤 2015년 3700억원, 2017년 3450억원을 배당했다. 오비맥주는 2016년 4월과 11월, 지난해 3월 등 세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받았다.

디아지오도 지난해 7월 5년 만에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디아지오 관계자는 “영국과 미국에 상장된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일정 수준의 배당을 하고 있다”며 “2017년과 2018년 실적이 악화돼 배당금도 기존 1000억원대에서 500억원대로 줄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