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가 위기를 맞자 인력감축 카드를 빼들었다.

시가총액 58조4290억원.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테슬라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전체 고용인력의 7%에 해당하는 3000여명을 줄인다고 밝혔다.

최근 실적 악화를 겪은 데다 미국 연방정부의 전기차 세제혜택도 2019년부터 급감한 영향이다. 테슬라는 차량 판매가격을 2000달러씩 깎는 조치를 단행했다. 자연히 영업이익 감소가 뒤따를 전망이다. 테슬라의 대처는 결국 구조조정이었다.

대표적인 혁신기업도 비용이 늘면 인력을 줄여야 하는 불가피한 구조를 여과없이 보여준 것.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국내 기업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내건 정부가 최저임금(비용) 인상과 함께 고용창출, 혁신성장까지 요구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이런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대상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다. 테슬라도 못하는 일을 우리나라 중소기업에 요구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크게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두 가지 축이다. 근로자 소득도 늘리면서 혁신도 하겠다는 것. 취지는 좋지만 문제는 현실에서 이 두가지를 동시 달성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선후관계를 잘 따져봐야 한다. 혁신성장(원인)이 먼저 이뤄져야 소득 증가(결과)로 전체적인 성장도 가능해지는 구조다.

그래서 정부가 기업의 고용과 투자를 전부 끌고 가는 걸 포기하고, 한쪽에 확실하게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양립불가능에 가까운 메시지를 늘어놓고 좋은 것만 선별적으로 취하겠다는 발상은 '이상론'일 뿐이란 얘기다.

정부 요구사항이 늘수록 기업과 기업가는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테슬라 같은 혁신 기업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기업들을 옥죄는 것은 어불성설인 이유다. 혁신도 저해하고 고용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경제신문의 조사 결과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25곳(83.4%)이 정부의 투자·고용 확대 요청을 부담으로 느낀다고 응답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목전에 둔 데다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기업의 비용 지출은 한계수준까지 도달했다.

테슬라와 같은 과감한 도전은 필연적으로 실패확률이 높다. 혁신에 성공할 경우 막대한 부를 창출해 고용인원을 늘릴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이를 기업이 모두 감당할 수 없기에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정부는 기업이 마음껏 혁신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풀어주되, 그로 인해 수반되는 구조조정 등 문제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는 것은 어떨까. 혁신과 소득 증가는 마음껏 골라먹을 수 있는 '뷔페'가 아니라 인과관계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혁신기업은 그러한 토대 위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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