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업체에 ‘후행(後行) 물류비’(유통업체 물류센터에서 매장까지 드는 물류비)를 떠넘긴 혐의로 국내 3위 대형마트인 롯데마트에 대한 과징금 부과 절차에 착수함에 따라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납품 제조사 상품을 일정 기간 보관했다가 전국 매장으로 공급하는 ‘보관형 상품’에 대한 물류비를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건 관행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행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조사를 확대할 경우 다른 마트는 물론 슈퍼마켓 편의점 등으로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물류센터→매장' 운송비 받는 게 갑질?…롯데마트 과징금 논란에 유통업계 긴장
관행 vs 떠넘기기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유통거래과는 2017~2018년 롯데마트 롯데수퍼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2012년부터 5년간 롯데마트가 300여 개 납품업체에 후행 물류비를 떠넘겨왔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작성해 최근 위원회에 상정했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부분은 보관형 상품에 대한 후행 물류비다. 납품업체 상품은 보통 자체 차량이나 제3자 물류업체 차량으로 유통업체의 거점 물류센터에 도착한다. 이를 선행(先行) 물류라고 부른다. 선행 물류비는 모두 납품업체가 부담한다.

물류센터에 도착한 상품은 다시 ‘통과형’과 ‘보관형’으로 구분돼 매장에 뿌려진다. 통과형 상품은 물류센터에서 하역된 뒤 바로 분류 작업을 거쳐 유통업체 물류 차량으로 전국의 점포로 배송된다. 대형 물류센터에 투자한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은 납품 업체를 대신해 점포에 상품을 공급하는 형태인 만큼 연간 계약을 통해 납품사가 일정액의 물류비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유통사 물류센터가 아니라면 제조업체들이 직접 전국 수백 개 매장에 상품을 공급해야 한다”며 “계약에 따른 후행 물류비는 ‘떠넘기기’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관형 상품 ‘후행 물류비’가 문제?

보관형 상품의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보관형은 유통업체 필요에 따라 물량을 대량 발주해 상품을 물류센터에 보관하면서 매장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유통업체들은 3~4년 전까지도 보관형 상품을 매장으로 공급할 때 드는 후행 물류비를 납품업체에 부담시켜 왔다. 일부 납품사는 당시 “유통사가 자신들 이익을 위해 대량으로 물건을 받아 보관하면서 물류비까지 과도하게 전가하고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2014년께부터, 롯데마트는 2017년 초부터 보관형 상품에 대한 후행 물류비를 납품업체에 요구하지 않고 있다. 당시에도 후행 물류비는 계약을 통해 결정됐다.

유통업계에선 공정위가 2012~2016년 이뤄진 롯데마트의 보관형 상품 후행 물류비에서 문제점을 찾아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 내용과 다른 부당한 방식으로 납품업체에 후행 물류비를 전가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른 업체 조사 계획은 아직 없어”

유통업계는 이번 조사가 확대될 수 있다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롯데마트에 대한 신고가 들어와 조사에 착수했다”며 “조사를 확대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 조사가 롯데마트를 표적으로 삼아 이뤄졌다는 시각도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작년 10월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마련한 ‘롯데 갑질 피해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여러 피해자가 공정위에 신고 또는 재신고한 사건에 대해서는 저를 비롯해 공정위 직원들이 잘 알고 있고, 열심히 검토·조사하고 있다”며 “분명히 약속드릴 것은 개별 사건을 충실히 조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징금 규모도 관심을 끈다. 공정위가 롯데마트 측에 소명을 요구하며 보낸 공문에는 과징금 규모와 관련해 ‘매입금액의 60%에 가중 처벌로 50%를 추가한다’고 돼 있다. 조사 대상 기간인 2012~2016년 롯데마트의 매입액을 감안하면 과징금은 최대 400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롯데마트를 포함해 롯데백화점 롯데수퍼 등이 속해 있는 롯데쇼핑의 연간 영업이익과 맞먹는 규모다.

공정위는 다음달 초 롯데마트의 의견을 받은 뒤 전원회의를 열어 위법 여부와 과징금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최대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과징금 규모에 대해서는 “단일기업에 대한 과징금 규모가 그 정도로 크진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류시훈/이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