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 파산과 회생 신청이 사상 최다를 기록하면서 기업 구조조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 제도의 양대 축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각각 관장하는 금융위원회와 법원 간 알력으로 제도 개선 작업은 공회전하고 있다.

22일 금융위 및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설립 예정이던 새로운 구조조정 제도 마련을 위한 금융위·법원 간 정례협의체(가칭)가 약 100일이 지나도록 인원 구성조차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는 지난달이 돼서야 법원 측에 설립 가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협의체 구성원 15명 중 법원 측 입장을 대변하는 구성원은 법원 및 법원이 추천하는 인사를 합쳐 단 2명으로 금융위 측(4명)과 비교해 형평성이 떨어진다”고 반발하면서 아직껏 논의는 답보 상태다.

금융위·법원 간 협의를 통해 새로운 구조조정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지난해 9월 국회가 워크아웃의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부활시키면서 금융위에 요구한 내용이다.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한 기촉법이 20년 가까이 아무런 대안 없이 다섯 차례에 걸쳐 일몰과 재입법을 반복하는 상황을 타개하라는 취지다.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금융위와 법원행정처는 22일 만나 일단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제도 성과를 평가하고 해외 입법례를 분석하는 용역 연구를 한 뒤 기관 간 논의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관계기관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기존 안에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초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협의를 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점에 법원 측과 의견을 같이했다”며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기관 토론회,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국회에 개선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컨트롤타워가 없어 일관성 없는 정책이 난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계가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으로 꼽는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 주 52시간 근로제의 탄력 적용 등 현안에 대해 별다른 개선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해온 국책은행들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던 조직을 줄이기도 했다.

황정환/김진성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