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들이 올 들어서도 현금성 자산 비중을 계속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를 앞두고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을 늘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금융정보업체 리퍼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17일까지 머니마켓펀드(MMF)에 새로 20억달러 이상이 순유입됐다고 보도했다. 작년 4분기 1900억달러가 들어온 뒤에도 MMF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MMF 자금 유입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최대다. 초단기 금융상품인 MMF는 투자자들의 현금 보유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로 쓰인다.
"글로벌 투자자들, 현금 비중 10년來 최대"
골드만삭스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투자자들이 현금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은 작년 12%에서 현재 13%로 소폭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주식 비중은 작년 10월 역대 최고치였던 45%에서 올 1월 현재 41%로 낮아졌다.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의 현금 비중 확대가 시장 변동성을 추가로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12월24일 이후 뉴욕증시는 4주 연속 반등했다. 하지만 WSJ는 투자자들은 증시가 너무 빨리 회복된 데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1952년 이후 투자자들의 현금 비중이 확대됐을 때 S&P500지수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골드만삭스는 또 투자자들의 현금 비중 확대가 침체가 다가온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현금 비중은 불황에 앞서 12~15개월 동안 계속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현금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리 하락 추세와 맞물려 작년 하반기까지 꾸준히 감소해왔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대로 떨어져 현금을 갖고 있을 경우 손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진입하고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현금 비중이 증가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뉴욕 자산운용사인 패그나토카프는 최근 1인당 150만달러까지의 현금 예치금에 연 2.3% 이율을 보장하고 있다. 또 다른 운용사인 베터먼드LLC도 고객 현금 자산을 채권에 투자해 2% 이상의 수익률을 돌려주는 계좌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나온 이 상품 고객은 40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현금 수익성이 이전보다 높아진 만큼 주식과의 경쟁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