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미 오래전에 낙수효과는 끝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15일에는 5대 그룹 총수 등을 청와대로 불러 “300인 이상 기업이 작년 고용 증가의 절반을 담당했고 설비투자의 약 85%를 차지했다”며 대기업에 고용과 투자를 당부했다. 경제가 성장해도 혜택이 소수 대기업에만 돌아간다던 발언이 불과 닷새 만에 대기업이 국내 투자와 고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칭찬으로 바뀌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때때로 오류가 있는 지표가 등장하고 모호한 표현이 언급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청와대 참모들의 전문성 부족 때문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경제철학은 모든 국민이 한 번 듣고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청와대 참모들이 처음에는 소득주도성장을 말했다가 비판이 일자 혁신성장을 꺼내들고 최근엔 포용성장을 강조하는 등 레토릭(형식에 갇힌 말)만 갖다 붙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니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조언을 못하고 말이 자꾸 꼬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김수현 정책실장의 최근 기자회견을 보면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다고 한다”며 “경기 하강 시 집값 하락은 경제에 치명적인데도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면 큰 그림을 봐야 하는 정책실장이 자신의 전공인 부동산에만 매몰돼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했다. 윤종원 경제수석이 그나마 거시경제 전문가로 꼽히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문 대통령은 17일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며 “2030년 수소차와 연료전지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하는 게 목표”라고 했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같은 날 배포한 자료에는 1위 시점이 2040년으로 돼 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직접 부처를 지휘하지 않고 청와대 정책실을 통하다 보니 정보전달 과정에서 왜곡이 생긴다”며 “부처가 작성한 국정보고서를 정책실이 다시 정리하는 과정에서 축약하거나 다른 말로 바꿔 아예 다른 보고서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이 직접 부처 보고를 받고 보고서가 아무리 길어도 부처가 올린 그대로 대통령에게 전달돼야 왜곡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태훈/박재원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