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있는 패딩의 세계

추운 지방·물가에 사는 거위·오리, 생존 위해 따뜻한 털 갖게 돼
닭은 육지에만 살아 보온력 부족

글로벌 패딩 원조는 몽클레어
국내선 1994년 농구드라마에 나온 '벤치코트'가 롱패딩의 원조 격
국내 패딩시장은 2000년대 이후 급속히 커졌다. 노스페이스, 캐나다구스, 디스커버리, 평창패딩 등으로 유행 계보가 이어졌다. 사진은 서울 명동의 한 의류매장. /한경DB

국내 패딩시장은 2000년대 이후 급속히 커졌다. 노스페이스, 캐나다구스, 디스커버리, 평창패딩 등으로 유행 계보가 이어졌다. 사진은 서울 명동의 한 의류매장. /한경DB

‘패스트 패션’ 시대다. 유행에 민감한 세대는 저렴한 옷을 사서 한철 입고 버린다. 이런 트렌드는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전성시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SPA 브랜드가 쉽게 공략하지 못하는 시장이 있다. 패딩 점퍼 시장이다. 수십만원짜리 패딩은 큰맘 먹고 ‘지르는’ 상품이다. 고가에 유행도 빠르게 변해 국내에서는 ‘등골 브레이커(부모의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상품)'라는 오명을 얻었다. 오리털 점퍼부터 노스페이스, 캐나다 구스, 평창패딩까지 해마다 유행도 변했다.

우리는 언제부터 패딩 점퍼를 입기 시작했을까. 어떤 패딩을 사야 할까. 비싼 패딩은 의류건조기에 건조해야 할까. 닭털 패딩은 왜 없을까. 패딩과 관련된 의문을 풀어봤다. 국내 대표적 패딩 충전재 생산 브랜드인 ‘프라우덴’의 도움을 받았다. 태평양물산은 국내 1위 프리미엄 다운 소재 브랜드인 프라우덴을 보유하고 있다.

솜털보다 부실한 닭털

첫 번째 질문. 패딩 충전재는 왜 대부분 오리털 또는 거위털일까. 태평양물산 관계자는 “추운 지방 물가에 사는 새에서 나오는 털이 보온력이 뛰어나다”며 “닭처럼 육지에만 사는 새의 깃털은 패딩 충전재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닭은 물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털이 보온재로 쓸 만큼 따뜻하게 진화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닭털 패딩이 없는 이유다. 반면 더 추운 곳에 사는 거위와 오리는 살아남기 위해 더 따뜻하고 가벼운 깃털을 갖게 되는 진화 과정을 거쳤다.

1994년 방영된 MBC 드라마 ‘마지막 승부’

1994년 방영된 MBC 드라마 ‘마지막 승부’

그래서 가장 좋은 충전재는 북쪽 지방에서 나온다. 폴란드산과 시베리아산 등은 가볍고 따뜻하기 때문에 비싸다. 프라우덴 관계자는 “유럽과 북미 등에서 온 자재가 좋은 품질로 평가받는다”며 “시중에 유통되는 다운 충전재 중 최고 품질의 다운은 폴란드에서 생산한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바람이 차가운 발트해와 인접해 찬바람과 동절기가 길다. 폴란드에서 제조하는 구스는 유일하게 필파워(다운 제품의 복원력) 1000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패딩 원조는

이런 패딩(padding)은 언제부터 입었을까. 국어로는 ‘누비옷’이다. 그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프라우덴 관계자는 “13세기 중국에서 가장 먼저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하며 1600년대 러시아 문서에 각종 새의 깃털을 네덜란드로 수출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1950년 프랑스에서 패딩 브랜드가 처음 나왔다. 등산용 침낭을 제조하던 아웃도어 브랜드 몽클레어가 1955년 공장 직원들에게 방한용 작업복을 제공했다. 이 작업복이 구스패딩이었다. 입소문을 타고 찾는 사람이 생겨나자 브랜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대중화는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시작됐다. 몽클레어는 프랑스 알파인 스키팀의 유니폼으로 패딩을 후원했다. 이 옷을 입은 장클로드 킬리가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거위털을 주로 사용하는 몽클레어는 캐나다구스 등과 함께 세계적인 패딩 브랜드로 떠올랐다.

‘마지막 승부’에서 시작된 한국 패딩

국내에서는 1980년대 중반 ‘오리털 파카’로 불리는 제품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였다. 패딩이란 단어는 쓰지 않았다.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해 유학 등을 경험한 사람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유행하는 긴 패딩을 입었다. 당시 유행한 패딩은 오리 솜털과 깃털을 혼용한 방식이 많았다.

1994년 방영된 MBC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는 국내 롱패딩의 원조로 꼽힌다. 농구선수들이 입은 ‘벤치코트’가 패션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패딩의 대중화가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패딩은 겨울마다 화제가 됐다. 2000년대 중반 수십만원 하는 노스페이스 거위털 패딩은 ‘교복’으로 불릴 만큼 유행했다. ‘등골브레이커’라고 불리기도 했다.

2012년 이후에는 캐나다구스 광풍이 불었다. 이를 계기로 오리털보다 거위털이 더 좋은 소재라는 인식이 빠르게 퍼졌다. 다만 캐나다구스는 대부분 제품에 거위털이 아니라 오리털을 쓴다. 업계 관계자는 “캐나다구스는 최고급 라인을 제외하고는 오리털을 충전재로 사용한다”며 “브랜드 이름 때문에 많은 소비자가 오해했다”고 말했다. 2017년 겨울에는 롱패딩이 의류시장을 장악해버렸다. 올해는 달랐다. 아웃도어 브랜드 관계자는 “이번 겨울은 따뜻해서 패딩 열풍이 지난겨울 같지 않다”고 전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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