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통상업무를 총괄하는 통상교섭본부가 흔들리고 있다. 핵심 1급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떠나면서 조직 내부에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당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실무를 지휘한 유명희 통상교섭실장(행정고시 35회)이 최근 사의를 밝혔다. 유 실장은 1995년부터 대외 협상을 전담해 온 통상 및 교섭 전문가다.

유 실장의 사표 제출에 산업부 내부 동요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분야 최고 전문 관료인 데다 선·후배 사이에서 신망이 두텁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이 만류하고 있지만 유 실장은 뜻을 굳히고 대학에서 강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자간 협정을 총괄하는 김창규 신통상전략실장(행시 31회) 역시 최근 사표를 냈다. 앞서 김선민 무역투자실장(행시 34회)은 작년 말 산업부를 떠났다. 무역정책관에서 실장으로 승진한 지 2개월 만에 자진해서 옷을 벗었다. 이 자리는 현재 공석이다. 이로써 통상교섭본부 1급 네 자리 중 김용래 통상차관보를 제외한 나머지 세 자리의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김 차관보는 작년 11월 임명됐다.

산업부는 ‘일신상의 사유’라고 설명하지만 내부 불협화음 탓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조직 내 팀워크에 문제가 생긴 지 꽤 됐다”고 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통상 현안에 대한 전략 부재론이 나오는 마당에 핵심 인력까지 떠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조재길/서민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