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 회장, 대구은행장 겸직
대구은행과 전북은행 등 지방은행의 최고경영자(CEO) 인선이 마무리됐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이 우여곡절 끝에 대구은행장 겸직에 성공했고, 임용택 전북은행장도 호(好)실적을 등에 업고 3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DGB금융은 대구은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불거져 조직 분위기를 다잡아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10개월 만에 대구은행장 결정

대구은행은 1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김 회장을 대구은행장 후보로 확정했다. DGB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11일 자회사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어 김 회장을 대구은행장으로 추천하고, 2020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인 겸직 체제로 운영하기로 결의했다. 김 회장은 오는 29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치면 대구은행장에 선임된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 대구은행장 겸직
DGB금융은 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어왔다. 대구은행장은 지난해 3월 말 박인규 전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사퇴한 뒤 10개월간 대행체제를 유지했다. 차기 은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금융지주와 대구은행 이사회가 팽팽한 힘싸움을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그룹 회장에 오른 하나금융그룹 출신인 김 회장은 대구은행 이사회가 지난해 4월 결정한 김경룡 차기 행장 내정자를 채용비리 등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사실상 퇴임시켰다.

지주 이사회가 지난해 10월 은행 이사회에만 있던 행장 추천권을 지주도 행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지주 자추위는 은행 이사회가 후보로 추천한 전직 대구은행 임원들은 결격 사유가 있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회장·행장 겸임에 반대하던 은행 이사회가 대행체제를 계속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틀었다”고 전했다. 대구은행 안팎에선 김 회장이 대구은행 노동조합은 물론 대구은행 임직원 중 상당수가 느끼는 반감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이참에 DGB금융이 행장 추천권을 일원화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한금융과 KB금융 등 시중은행 기반 금융그룹은 지주가 행장 후보를 추천하면 은행 임추위는 후보를 검증하는 역할만 하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임용택 행장 2년 연임

전북은행은 지난 17일 차기 전북은행장 선임을 위한 임추위를 열어 임 행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임 행장은 오는 3월로 예정된 전북은행 주주총회를 거쳐 은행장으로 정식 선임된다. 임기는 2021년 3월까지 2년이다.

전북은행 임추위 관계자는 “임 행장이 취임 이후 지역은행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내실을 다져왔다”며 “지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952년 전남 무안 출생인 임 행장은 서울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대신증권 출신인 그는 2009년 대표로 있던 페가수스프라이빗에쿼티(PE)가 전북은행 증자에 참여하면서 전북은행과 인연을 맺었다. 임 행장은 전북은행 사외이사와 JB우리캐피탈 사장을 지낸 뒤 2014년 전북은행장으로 선임됐으며 2017년 연임에 성공했다.

임 행장의 3연임은 사상 최대 실적 덕분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5년 513억원이던 전북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801억원으로 2년 만에 60%가량 증가했다. 지난해엔 3분기까지 순이익이 986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늘었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올해 전북은행 창립 50주년을 맞아 내부 출신 행장 선임 목소리도 있었지만 임추위가 임 행장의 경영 능력을 높이 사 연임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