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부담에 자영업자들도 무인화 바람
"월 기기 임대료 10만원 이하, 알바비 10분의 1"
비용 줄자 오히려 메뉴 가격 내려 소비자 혜택
키오스크 제작 업체 주문 밀려 "재작년 3배↑"
< 확산되는 무인주문기 > 서울 동자동의 맥도날드 서울역점에서 4일 소비자들이 무인주문기 화면을 보며 메뉴를 고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확산되는 무인주문기 > 서울 동자동의 맥도날드 서울역점에서 4일 소비자들이 무인주문기 화면을 보며 메뉴를 고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지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 매장 안에는 사장 A씨 외에 다른 직원은 없고, 홀 중앙에 키오스크 2대가 설치돼 있었다. 한 대는 신용카드와 현금을 겸용할 수 있는 기계였고, 다른 한 대는 카드 결제만 가능한 키오스크였다.

이 매장에 방문한 손님들은 카운터 대신 홀에 설치된 키오스크에서 음료를 주문하라고 안내를 받았다. 손님이 9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을 카드로 결제하자 사장인 A씨 앞에 있는 태블릿PC 에 주문 내역이 떴다. A씨는 "주문을 별도로 받지 않고 음료 제조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을 따로 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들이 키오스크(무인주문기)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인근에서 키오스크 제조업을 하고 있는 박영대 YF시스템즈 대표는 "재작년에 비해 생산량이 3배 늘었다"며 "지난해 말부터 주문이 본격적으로 밀려들었다"고 말했다.

키오스크 제작 주문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절감 필요성을 느낀 자영업자 수요가 커지면서다. 그동안 키오스크는 대형 프랜차이즈, 병원, 은행 등에서만 한정적으로 사용돼 왔다.

박 대표는 "구로디지털단지 일대에서 키오스크를 만드는 업체들의 일손이 부족해 제작 주문이 들어오면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에 넘기기도 한다"며 "그 정도로 주문 물량이 많다는 얘기"라고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도 키오스크를 도입할 수 있는 것은 무인 주문기를 정수기나 비데처럼 빌려주는 '렌탈 서비스'가 등장하면서부터다.

A씨는 "키오스크 2대를 사용하면서 월 기기 임대료로 15만원을 내고 있다"며 "기존에는 아르바이트생 1명을 쓰면서 월 150만원을 썼으니 10분의 1로 비용이 줄어든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건비가 대폭 줄면서 커피 가격도 2000원(아메리카노 기준)에서 900원으로 내렸다"며 "손님들의 반응을 살핀 뒤 다른 메뉴들도 추가로 가격을 내릴 여지가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키오스크의 기능이나 자영업자들의 요구에 따라 월 기기 임대료가 5만원에서부터 수 십 만원까지 다양하다"며 "기술이 더 발전하면 키오스크 안에 훨씬 더 다양한 기능을 집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에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손님이 직접 그릇을 치우는 셀프 서비스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식뷔페 '풀잎채'가 운영하는 보리밥·주꾸미 브랜드 '사월에'는 지난해 경기 평택시에 셀프서비스 매장을 열었다. 사월에는 앞으로 개점하는 매장에 셀프서비스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푸드 한식뷔페 '올반'과 이랜드 '애슐리클래식'도 셀프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 대형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현재 전체 매장 중 2∼3곳 중 1곳꼴로 무인계산대(키오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향후 전체 매장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