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창업에 미래 있다 (1) 교수창업 성공 모델

신용철 아미코젠 대표

IMF 겪으며 제자들 취업 힘들자, 2000년 설립…3년간 매출 '제로'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이전 신호탄…산업용 '특수효소' 독보적 기술력
직원 200여명…80%가 경남 출신

子회사 셀리드 1분기 코스닥 상장…후배 교수 창업 도우미로도 나서
신용철 아미코젠 대표가 경기 판교에 있는 연구실에서 창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신용철 아미코젠 대표가 경기 판교에 있는 연구실에서 창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국내에서 교수가 창업해 성공한 사례는 바이오 분야에 가장 많다. 바이오산업의 역사가 고작 20, 30년밖에 안됐지만 이들은 벌써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향하고 있다. 모두 독자적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미코젠은 기술창업, 그중에서도 교수창업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코스닥시장 상장에 성공했고, 고용과 투자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신용철 아미코젠 대표는 경상대 미생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0년 5월 아미코젠을 설립했다. 벤처 붐이 한창이던 때였다. 신 대표가 석·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인연을 맺은 KAIST 선후배와 경상대 제자들이 합류했다. 경남 진주 진성농공단지에서 시작한 작은 바이오벤처 회사는 3년 가까이 매출이 없었다. 회사를 세우면서 투자받은 25억원은 바닥을 드러냈다. 그 사이 벤처붐이 꺼졌다. 주변에 있던 숱한 벤처기업이 문을 닫았다. 신 대표는 “안정적인 교수 자리 대신 신생 벤처기업 대표로 벼랑 끝에 몰렸던 시기”라고 했다.

아미코젠은 2003년 항생제 원료 생산용 특수효소(CA) 개발에 성공했다. 다국적 제약사에 약 100억원을 받고 기술을 이전했다. 환경 오염 없이 항생제를 합성할 수 있는 특수효소 기술이었다. 이 기술에 바탕을 둔 항생제 원료의약품의 시장 가치는 2000억원에 이른다. 아미코젠은 효소 기술을 기반으로 의약품 원료나 화장품에 들어가는 성분을 제조한다. 효소 기술을 활용한 건강식품 등도 자체 브랜드로 생산한다. 직원 200여 명 중에서 80%가량은 경남 지역 출신이다. 아미코젠은 지역의 강소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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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 위해 창업

신 대표가 아미코젠을 설립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지방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제자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1997년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제자들이 박사학위를 받아도 취업할 일자리가 많지 않았다. 신 대표는 “경상대가 있는 진주 지역은 큰 기업이 많지 않아 졸업한 제자들이 취업할 수 있는 회사가 별로 없었다”며 “교수의 역할이 학생들에게 학문만 가르치는 것에 한정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잘 알고 있으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사업을 찾아 창업에 나섰다.

KAIST에서 공부하면서 산·학·연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도 창업에 도움이 됐다. 신 대표는 “국내 식품 대기업, 제약사와 함께 새로운 물질에 대해 연구할 기회가 많았다”며 “연구의 결과물이 어떻게 산업적으로 쓰이는지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창업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그는 “같은 주제의 연구라도 대학과 기업에서 바라보는 관점에는 차이가 있다. 창업하면 더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효소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 확보

아미코젠은 바이오 기술로 무공해 효소를 만드는 ‘산업용 특수효소’ 시장에서 독보적 기술을 갖춘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미코젠의 특수효소는 항생제 등 원료의약품에 들어가는 다양한 화학성분을 잘 섞는 데 필요한 촉매제 같은 역할을 한다. 환경 오염이 거의 없고 500회가량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생물 촉매를 만드는 원천기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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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수출하고 있다. 중국 바이오시장이 커질수록 아미코젠의 영향력도 커진다. 신 대표는 “기존 항생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폐기물이나 이산화탄소 등 환경 오염 물질이 많이 발생한다”며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제약사도 이런 기준을 맞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아미코젠의 누적 매출은 745억원으로, 2017년 연간 매출(690억원)을 웃돌았다. 작년 매출 추정치는 1000억원 수준이다.

“교수 창업을 막는 족쇄 없애야”

신 대표는 후배 교수 창업을 위해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아미코젠 등을 통해 셀리드 등 10여 개 회사에 투자했다. 대부분 교수가 창업한 회사다. 신 대표는 “아미코젠을 설립하고 매출이 없을 때도 선배 벤처기업인들이 투자해줘 위기를 넘긴 적이 많았다”며 “교수 창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바이오벤처를 중심으로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아미코젠 자회사인 셀리드는 1분기에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강창율 서울대 교수가 2016년 창업한 셀리드는 항암 면역치료 백신개발 전문 바이오 기업이다. 그는 서울대 약학대학 학과장을 지낸 면역학의 권위자다. 셀리드의 핵심 기술은 ‘셀리박스’다. 세계 최초로 환자의 말초 혈액에서 분리한 세포 등을 활용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기술이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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