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조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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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백두산'이다.

지난 10일 "덱스터가 CJ ENM에 인수된다"는 말에 주가가 요동쳤다. 지난해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흥행을 맛 봤지만 주가 반영률은 미비했던 덱스터는 전날 대비 1540원(29.96%) 오른 6680원까지 오르며 거래됐다. 한국거래소의 실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따라 "인수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830원(16.15%) 오른 597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인수설까지 불거지게 만든 덱스터와 CJ ENM 만남의 실체는 '전략적 제휴'였다. 덱스터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사업을 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 업체를 찾았고, CJ ENM과 유수의 콘텐츠 라인업에 대한 협의를 했던 것"이라며 "전략적 제휴 방향에 대해 정해진 것조차 없는 상황에서 '인수'를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덱스터는 '오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는 물론 '신과 함께' 시리즈까지 성공시킨 김용화 감독이 2011년 영화 '미스터고'를 연출을 맡으면서 설립한 제작사다. '미스터고'의 주인공이었던 고릴라 링링의 생생한 털을 구현하며 단숨에 아시아 최대 VFX(Visual Effects) 스튜디오로 성장했다. 국내에서 제작되는 굵직한 작품들 중 덱스터 손을 거쳐가지 않는 영화가 없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 '신과 함께' 시리즈 1편인 '신과 함께-인과 연'의 경쟁작인 '1987'의 VFX를 담당했을 정도다.

VFX로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상황이었지만 덱스터는 제작 뿐 아니라 투자, 배급까지 영역을 넓혀 기획부터 배급까지 '원스톱'으로 영화를 만들수 있는 콘텐츠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보여왔다. 김용화 감독이 밝힌 덱스터의 미래는 '아시아의 워너브라더스'였다.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덱스터가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투자, 배급을 담당했던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신과 함께'가 한국 영화 최초로 시리즈 전작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 해외에서도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면서 시즌3, 4도 제작이 확정된 상태다. 하지만 덱스터는 기록적인 성공을 함께한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아닌 CJ ENM과 손을 잡는다. 하정우, 이병헌, 수지 등이 출연하는 '백두산'은 덱스터와 CJ ENM이 협력하는 첫 작품이 된다.

'백두산'은 백두산 화산 폭발이 임박하면서 이를 막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씨표류기', '나의 독재자' 이해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용화 감독은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다. 순 제작비만 150억 원의 투입될 예정이다. '백두산'도 '신과 함께'와 마찬가지로 덱스터가 투자, 배급에 절반씩 참여한다.

또한 CJ ENM의 드라마 제작 전문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신작 '아스달 연대기'의 VFX에도 덱스터가 참여해 84억 원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에도 덱스터 측은 "스튜디오드래곤과는 다양한 부분에서 향후 협력할 부분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각사가 보유하고 있는 IP를 통해 영화 혹은 드라마 투자, 제작 등 앞으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황금알을 낳는 콘텐츠로 성장한 '신과 함께' 3, 4까지 덱스터와 CJ ENM의 협력이 이어질 수 있을진 아직 확단할 순 없는 상황이다. 덱스터와 CJ ENM모두 "전략적 제휴를 논의 중이며 구체적인 사안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에서 주연 배우들의 스케줄을 고려할 때 3년 후에야 촬영이 가능한 '신과 함께'를 언급하기엔 이르다는 것이 양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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