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감원에 나서는 글로벌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세계 경기가 둔화할 조짐이 완연한 데다 금융시장 불안도 계속되자 위기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미래 자동차 선제 투자를 위해 기존 사업의 몸집을 줄이는 추세다.

새해 벽두부터…글로벌 기업 '폭풍 감원'
미국 포드자동차는 10일(현지시간) 유럽에 있는 15개 공장에서 수천 명을 감원하고 차량 라인업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유럽 신차 판매가 줄고 있다는 게 직접적인 이유지만 미래 차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있다. 투자금융회사인 모건스탠리는 포드가 올해 세계 사업장에서 최대 2만5000개의 일자리를 없앨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재규어랜드로버(JLR)도 전체 임직원의 10%에 달하는 45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제너럴모터스(GM)는 세계 7개 공장을 폐쇄하고 1만4000명 이상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비효율적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자율주행자동차와 전기자동차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구조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도 500여 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임직원 1만4000명의 약 3%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것 외에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등으로 인력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대체자산운용 위탁기관으로 선정한 미국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도 경영진을 15% 줄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새해가 시작된 지 열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글로벌 기업 경기는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조조정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 산업에서 이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항공업 소매업 자동차업 자산운용업 등이 골고루 경제 둔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코노미스트 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6%가 내년에 미국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이라고 답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김형규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