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는 작년 희망퇴직으로 2000여 명이 직장을 떠났다. 하지만 올 들어선 더 빠른 속도로 희망퇴직이 이뤄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희망퇴직 대상자만 2100여 명이고 신한은행도 300명 안팎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인력 감축은 카드사 보험사 등 2금융권에서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국내외 경기 악화로 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와중에 정부가 금융권에 청년 채용 확대를 요구하면서 불가피하게 기존 직원 감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회사들의 설명이다.
경기 악화에 청년채용 압력까지 높아져…보험·카드사도 줄줄이 '희망퇴직' 받아
희망퇴직 2금융권으로 확산

신한생명은 지난해 12월 근속 20년 이상인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2016년 이후 2년 만에 시행된 이번 희망퇴직에선 직원 20여 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에 따른 위로금은 통상임금의 최대 42개월치다. 앞서 미래에셋생명도 작년 11월 근속 7년 이상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아 118명을 내보냈다. 농협생명도 만 40세 이상,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해 23명이 회사를 떠났다.

카드업계도 올해 수익성 악화에 따른 비용절감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현대카드는 작년 11월 창업지원 신청 등을 포함해 임직원 1857명 중 200여 명이 회사를 떠났고, 이후에도 상시 희망퇴직을 시행해 인력 감축에 나설 계획이다. KB국민카드도 최근 13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작년 과장급 이상 대상으로 처음 희망퇴직을 시행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올해는 1976년생 이상이면서 근속기간 10년이 넘는 직원 중 모든 직급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을 중심으로 한 위기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다른 카드사에도 희망퇴직이 확산될 조짐”이라고 말했다.

“경영환경 외 정부 압박도 큰 영향”

금융권이 연초부터 인력 감원에 나선 것은 올해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연체율 상승 등으로 올해 순이익이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뱅킹, 모바일뱅킹 등이 확산되며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국민은행 노조의 파업에도 은행 거래에 문제가 생기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청년채용 확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 희망퇴직을 서두르는 핵심 이유라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행들이 희망퇴직을 확대해서라도 청년 채용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올해 청년 채용 실적을 맞추려면 부득이 중장년층에 대한 희망퇴직을 확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은행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보험업계 역시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수입보험료 감소 및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는 임직원뿐 아니라 보험설계사를 중심으로 ‘감원 한파’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와 여당이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는 여파다.

카드업계도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2월부터 본격 시행되면 매출과 수익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까지 더해져 경영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 수입이라는 매출이 줄어드는데 인력 감축 외 다른 비용절감 방안이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안상미/강경민/정지은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