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전문가 10명 중 8명 이상이 ‘2020년 또는 2021년에 미국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8일 경제전문가 7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설문에 응한 73명 중 56.6%는 미국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내년에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6.4%는 2021년 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또 앞으로 12개월 안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확률이 25%라고 답했다. 2011년 10월 이후 7년여 만의 최고치다.

WSJ는 “경제학자들은 2001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닷컴버블이나 2007년 발생한 주택금융 위기와 비슷한 전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며 “이들은 최근 경기침체 위험 요인으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긴장감 확산, 기준금리 상승, 지난해 말 주가 급락 등을 꼽았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심해지면 무역 규모가 감소하면서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소비자는 지갑을 닫아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또 감세와 정부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부양책 효과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의 대다수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중국, 유럽, 일본 등 다른 주요 국가의 경기 둔화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2년간 경기침체를 피하더라도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0월 전망치(2.4%)보다 낮은 2.2%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2020년에는 1.7%로 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미 중앙은행(Fed)이 올해 2.3%, 내년 2.0% 성장을 예상한 것보다 낮은 수치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